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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수호천사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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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10-01 19:23 조회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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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23,20-23 / 마태18,1-5.10>


저는 대부분의 운동은 어느 정도 하는 편인데, 유독 수영은 잘 못합니다. 사람들 말로는 몸이 경직되어 그렇다고 하는데, 머리로는 몸에 힘을 빼야지 하면서도 막상 물 속에 들어가면 편안히 있기가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 편안하게 조금 수영을 하는 듯 싶다가도, 무언가 위협을 느끼면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곤 하지요. 한편으로는 물 속에서 겁이 많아져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물 속에서 내 힘으로 어찌 해보려 바둥거리는 것 자체가 제 몸을 경직시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깊은 곳이 얕은 물에서만 물놀이를 합니다.


언젠가 어떤 영성서적에서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우리의 영성생활도 수영을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물에 몸을 담그고, 그 다음에는 허우적거리면서 자기 힘으로만 떠 있어 보려 애쓰기도 하고, 그러다가 점차 힘을 빼고 물 위에 뜨는 법을 배우는 것이죠. 더 나아가서는 물이 흘러가는대로 유영하며 떠다닐 수 있게 되면, 말 그대로 그 때는 내 몸과 물이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신비의 바다 속에 들어가 그 신비와 하나되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 물에 몸을 담그는 것으로 시작해서, 점차 내 힘을 빼고, 물의 흐름을 느껴가고, 마침내 그 물에 나를 온전히 맡길 수 있게 될 때, 우리는 참으로 신비 속에 녹아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내 힘으로 하려고 잔뜩 긴장하지 말고, 오히려 힘을 빼고 당신 신비 속으로 그냥 뛰어들라는 초대의 말씀으로 들립니다. 그 물 속에서 허우적대지 말고, 그냥 엄마 품에 안긴 어린이처럼 편안하게 당신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씀인 것이지요. 특별히 오늘 우리는 교회의 전통에 따라 수호천사 기념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어려서 저는 제 수호천사에게 이름을 지어주고는, 친구처럼 자주 그 이름을 부르고 시시콜콜한 일까지도 대화를 나누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렇게 수호천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하느님의 섭리를 체험하고, 점점 더 깊이 그분을 알아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하느님께 의지하는 법, 곧 물속에 떠 있는 법을 배우고, 점차 더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던 것이지요.


오늘 복음은 “하늘에서 작은 이들의 천사들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으니, 그들을 업신여기지 않게 주의하여라”라는 말씀으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 작은 이를 무시하지 말라는 요청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의 수호천사들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으니, 힘을 빼고 어린이처럼 작은 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제1독서에서 약속하신대로 우리를 앞서 가는 천사가 우리를 약속의 땅으로 보호하며 인도해갈테니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 삶 가운데서 조금씩 두려움을 덜어내고 주님께 의탁하는 작은 이들이 되기로 마음 먹고, 필요한 은총을 함께 청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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