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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 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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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09-23 20:44 조회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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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되면 늘 마음이 넉넉하고 여유로워집니다. 논밭에 영글은 곡식을 보아도 그렇고, 탐스럽게 열린 열매들도 우리를 흐뭇하게 만들어 주지요. 특히 너무나도 무더웠던 여름과 때아닌 폭우로 크고 작은 물난리를 겪고 나서 맞는 선선한 가을바람과 상쾌한 공기가 큰 축복으로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더욱이 남북 정상이 북한에서 만나 전해준 평화의 기운들, 특별히 백두산을 함께 올라 찍은 여러 장의 사진과 영상들을 보면서 뭉클하기까지 한 그런 특별하고 감사한 시간을 우리는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추석은 다른 해보다도 더 풍요롭고 넉넉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풍요롭고도 넉넉한 한가위 미사 중에 우리가 듣게 되는 복음 말씀은 다름 아닌,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루카12,15) 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탐욕에 빠진 사람의 예로서, 많은 소출을 거두고 그것을 다 보관하기 위해서 더 큰 곳간을 짓는 부자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부자는 자신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지요.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루카12,19) 더 많은 소출을 거두자, 이제 부자는 더 많이 쉬고 더 많이 먹을 궁리를 했던 것입니다. 루카 복음 16장에서 예수님께서는 약은 집사의 비유 이야기에 뒤이어, 재물로 친구를 만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재물은 혼자서 움켜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 아우구스티노 성인도 “가난한 이들의 굶주린 배가 자신의 곳간보다 더 안전한 창고”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필요 이상의 것을 필요한 이들과 나눔으로써, 탐욕을 경계하고, 오히려 하늘의 곳간을 채울 수 있음을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이러한 나눔은, 무엇보다 풍요와 넉넉함의 근원이 하느님이심을 인정하고 감사할 때 가능합니다. 물론, 오곡백과를 수확하기까지 농부의 피땀 어린 수고가 있었음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태양 빛을 비추어주시고 비를 내려 열매를 영글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시지요. 또 남과 북이 평화를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딛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던 것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전쟁의 아픔과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도 평화를 위해 일하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이끄시고, 그 역동들이 서로 작용해서 마침내 선을 이루어 가도록 하신 분도 하느님이십니다. 그래서 한가위는 그 넉넉함을 허락하신 하느님과, 또 이를 위해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면서, 그 풍요의 선물을 다시 이웃과 친지들과 나누는 날임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아울러 오늘 한가위를 보내면서, 우리 각자가 잘 영글은 열매가 되도록 초대받았음을 또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섭리 가운데 이 여정을 걸어가면서, 우여곡절을 통해 끊임없이 자라고 성숙해가고, 그렇게 열매가 되어 갑니다. 그리고 한가위의 풍요를 이웃과 나누듯이, 우리 역시 잘 익은 열매로서 다시 세상 속에서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어집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점차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이들이 또 되어가는 것이겠지요. 풍요롭고 넉넉한 한가위에 많이 감사하고, 많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복을 주님께 함께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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