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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나눔

[2/12] 연중 제6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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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02-11 17:25 조회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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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1,1-11 / 마르8,11-13>


어딘가를 향해 차를 운전해서 갈 때, 특히 처음으로 가는 경우라면 당연히 표지판에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그 표지판이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시켜주고, 또 종국에는 원하는 목적지까지 안내를 해주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표지판은 어디까지나 표지판일 따름입니다. 예컨대 글라렛 영성의 집이 앞으로 500m 남았다는 표지판을 보고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영성의 집에 도착했다고 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또 반대로 표지판을 따라 목적지까지 잘 도착하고 나면, 여태껏 그렇게 중요했던 표지판들은 이제 의미가 없어집니다. 표지판은 오직 목적지로 우리를 인도해주는 역할을 할 때만 비로소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께 하늘에서 오는 표징을 요구합니다. 표징이란 다름 아닌, sign, 곧 표지를 의미하고, 그 표지는 목적지를 지시합니다. 사실 구약의 모든 사건과 예언들은 다 표징으로서, 하나의 궁극적인 목적을 가리킵니다. 그 목적은 다름 아닌, “알파이며 오메가이고 시작이며 마침”(묵시21,6)이신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니까 모든 표징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께로 모여들도록 하는 표지판이며, 그렇게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될 때 우리는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되는 것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궁극적인 목적인 예수님 앞에서 표징을 요구하는 바리사이들의 요청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글라렛 영성의 집에 와서 여전히 표지판을 찾아 헤매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예수님께서는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마르8,12)라고 탄식하십니다. 아마도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답답한 마음이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우리의 신앙 여정도 목적지인 그리스도를 향해 가는 여정입니다. “지금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어렴풋이 보지만 (언젠가는 그분과)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1코린13,12) 날을 희망하며, 표징들을 따라 이 여정을 걷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표지판이 있다고 해서 그 길이 평탄하리라는 보장이 없듯, 표징들을 따라 그리스도께로 가는 이 여정도 시련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에 오늘 제1독서가 우리에게 이야기하듯, “완전하고 온전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인내를 지니는 것”(야고1,4)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언젠가 루카 복음사가가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함께 기억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표징을 따라 그리스도께로 가는 이들임과 동시에, 세상에 표징이 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간혹 큰 무게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오늘 야고보 사도가 이야기하듯,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청하면 너그럽게 지혜를 베풀어주시는 분(야고1,5)이십니다. 그러니 그분께 의지하며, 표징을 잘 따라갈 수 있는 은총, 또 표징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은총을 함께 청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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