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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4] 성 십자가 현양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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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09-13 21:09 조회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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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21,4ㄴ-9 / 요한3,13-17>


불 뱀에 물렸다 하더라도, 기둥에 달린 구리 뱀을 본 사람은 죽지 않고 삽니다. 그리고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을 보고 믿은 사람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습니다. 그러니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우선 십자가와 거기 달린 예수님을 찾고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럼 십자가는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요? 누군가 서울을 밤에 피어나는 공동묘지라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수많은 십자가가 하늘을 향해 높이 매달려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아마도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십자가를 보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굳이, 밖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도 참 많은 십자가들이 있습니다. 성당의 십자가, 각 방마다 걸려 있는 십자가, 묵주에 붙어 있는 십자가, 옷에 그려진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온통 십자가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십자가를 보면서 예수님의 수난 공로로 우리가 구원받았음에 감사하고, 그것을 믿음으로 고백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예수님께서 공생활 가운데 하신 모든 일 가운데, 이 십자가만큼 비효율적인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느님 나라 신비에 대한 가르침을 설교하신 것도 아니고, 병자를 낫게 하시거나 마귀를 쫓아내지도 않으셨죠. 오히려 손발이 다 못에 박혀 옴짝달싹 못 한 채로 십자가에 매달려 계셨지요. 그런데 바로 그 십자가를 통해 예수님께서 세상을 구원하셨다고 우리는 고백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듯한 그 무력한 그 순간, 예수님께서는 온 인류를 구원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십자가를 묵상할 때면, 효율적이고 생산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믿어 온 바쁜 활동들을 내려놓고, 주님의 섭리에 나를 온전히 맡기는 비효율적인 시간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왜냐면 나를 비운만큼 하느님께 우리는 자리를 내어드리는 것이고, 그 자리를 통해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 삶에 스며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리를 내어드리는 순간들을 우리는 기도라고 부르는 것이겠지요.


앞서 이야기한대로 우리 주변에는 십자가가 참 많습니다. 그 십자가들을 바라볼 때마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신 예수님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우리 자신을 비우고 하느님께 시간과 공간을 내어드릴 때, 또 내 마음을 내어드릴 때, 하느님께서 얼마나 큰일을 우리 안에서 하실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을 보내는 우리가, 주님 안에서 나를 더욱 비워내고, 그 안에 주님을 초대하는 지혜를 얻게 되길, 그렇게 함으로써 주님께서 주시는 영원한 생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은총을 함께 청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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