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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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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09-12 17:06 조회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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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코린8,1ㄷ-7.11-13 / 루카6,27-38>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인간 사회에 처음 죄가 들어왔던 순간을 묘사한 창세기 3장이 떠올랐습니다. 뱀이 여자에게 소위 선악과를 먹으라고 유혹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하지요.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 선과 악을 알게 될 것이다.”(창세3,5) 선과 악에 대한 지식을 얻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하느님처럼 되고 싶었던 인류는 그 열매를 따 먹고 죄의 굴레 속으로 들어갑니다. 하느님처럼 되고 싶어 했던 행동이, 오히려 하느님과의 단절을 가져온 것이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하느님처럼 되려 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통해 하느님을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 그러한 지향으로 하느님을 닮고 싶어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성덕에 대한 갈망일테니 말입니다. 또 우리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처럼 되기를, 또 우리가 예수님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거룩해지고자 하는 열망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그러니, 어느 모로 우리가 하느님처럼 되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또 그러한 바람이 악한 것도 아님을 알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늘 진리를 왜곡시키는 뱀의 유혹에 빠질 때 일어나는 것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복음은 우리가 유혹에 빠지지 않고, 진정 하느님처럼 될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알려주는 말씀으로 여겨집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주고, 저주하는 자들을 축복하며,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라는 말씀이 바로 그 길인데, 이는 다시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6,36)라는 말씀으로 요약됩니다. ‘하느님처럼 무엇을 하라’라는 표현은 이 밖에도 복음서에서 몇 차례 더 등장합니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5,48)는 마태오복음, 그리고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13,34)라는 요한복음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말씀들은 모두 사랑하라는 초대의 말씀으로, 오직 사랑만이 하느님처럼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알려줍니다. 선과 악을 아는 지식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와 행동으로 드러나는 사랑만이 하느님을 닮게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 제1독서 시작인 “지식은 교만하게 하고 사랑은 성장하게 합니다.”(1코린8,1)라는 말씀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특별히 오늘 교회는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의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성인께서는 강론을 너무 잘하셔서 황금의 입, 곧 금구(金口)라는 칭호를 얻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를 비롯한 많은 신부님들의 부러움을 받는 성인이시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렇듯 말씀을 잘하신 성인을 보면, 그 말씀이 단지 훌륭한 언변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당시 가장 화려하고 부가 넘치는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셨던 성인은, 그곳의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황실과 부자들의 회개를 촉구하셨다고 합니다. 그 결과 황실의 미움을 받아 유배를 가셨고, 유배 중에 세상을 떠나시지요. 복음에 대한 열정, 하느님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성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인데, 그 사랑이 성인을 하느님의 사람으로 만들었고, 또 그분의 입에 주님 말씀이 담기게 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더 많이 닮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오늘 복음에서 제시하는 바대로, 자비로운 사람, 사랑이 충만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의 전구 안에서 함께 기도하며 필요한 은총을 청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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