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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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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09-07 20:25 조회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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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5,1-4ㄱ 또는 로마8,28-30 / 마태1,1-16.18-23>


수도원에 들어오기 전에 활동했던 젊은이 기도 모임이 있는데, 그때 함께 기도하던 선후배들이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서 종종 소식을 전하곤 합니다. 그저께는 같이 활동했던 동생이 쌍둥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 둘째가 미숙아로 태어나서 항문이 뚫려 있질 않다는 소식을 같이 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아이는 태어난 지 하루 만인 어제 개복수술까지 받아야만 했는데, 그 소식을 듣고는 저도 물론 기도와 미사를 봉헌했고, 모두가 자기 일처럼 마음을 모아 기도하게 되었었지요. 그리고 감사하게도 수술이 잘 된 것은 물론이고, 유착된 부위가 항문에서 멀지 않아 이후에 회복도 잘 되리라는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산모가 이제 좀 편안히 잠을 잘 수 있겠다고 톡을 남겼는데, 그 말을 보면서 어쩌면 이틀에 걸쳐 여러 사람이 마음을 모아 이 아이를 출산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은 우리로 하여금 예수님의 탄생을 다시금 묵상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아시다시피 성모님은 원죄 없이 잉태되어 탄생하셨고, 예수님께서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되신 뒤 동정녀가 낳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지요. 두 탄생 모두가 범상치 않은 탄생입니다. 더욱이 마태오복음 1장에 소개된 수많은 이름의 족보를 보노라면, 물론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탄생에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노력했음을 짐작하게 되기도 합니다. 정말 범상치 않은 탄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기도 모임 동생의 출산을 보면서, 또 많은 사람의 기도로 시련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범상한 탄생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봅니다. 사랑으로 말미암은 생명의 잉태가 있었고, 그 생명을 돌보는 모성애와 많은 이들의 기도로 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모두 범상치 않은 탄생이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볼 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성모님처럼, 또 예수님처럼 범상치 않은 탄생을 통해 이 세상에 왔음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아울러, 우리처럼 독신의 삶을 사는 이들을 포함해서,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어느 모로 잉태와 출산을 매 순간 반복하고 있음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마음속 생각이 자라서 말과 행동을 통해 겉으로 드러날 때, 우리는 이 세상에 무언가를 낳게 되니 말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잉태되어 육화된 그리스도가 우리를 통해 세상에 태어나는가 하면, 미움이 잉태되어 저주의 말과 폭력으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잉태하고 있고, 무엇을 출산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특별히 우리 수도자들은 각 공동체의 카리스마를 잉태하여 세상 안에 성령의 역동을 출산하는 사람들이지요. 성령의 정배이신 성모님의 탄생 축일을 지내는 오늘, 범상치 않은 성령의 역동을 이 세상에 충실히 가져오는 이들이 될 수 있도록, 성모님의 전구 안에서 필요한 은총을 청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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