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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나눔

[9/6]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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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09-05 21:02 조회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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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코린3,18-23 / 루카5,1-11>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루카5,8) 베드로가 엄청난 양의 물고기를 잡고서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한 고백입니다. 자신 앞에서 일어난 믿기지 않는 기적을 보고서 놀라움과 두려움에 그렇게 말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베드로가 정말 죄 많은 사람이었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베드로가 한 것이라고는 밤새 애써 물고기를 잡으려 노력했던 것뿐이지요. 보이는 결과가 없었을 뿐, 베드로는 자기 일에 충실했습니다. 결과가 없다고 그 노력마저 무시되고, 더 나아가 죄인 취급을 받는 것은 아무래도 무언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흔히 죄라고 하면 윤리적인 잘못을 떠올립니다. 물론 틀린 생각은 아니지요. 하지만 본래 죄를 뜻하는 그리스어, "Hamartia"는 윤리적인 잘못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거나, 마땅히 가야 할 길에서 벗어난 상태를 뜻하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베드로가 자신을 죄인이라고 고백한 데에는 잘못된 방향에서 고기를 잡고 있었음을 인정하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실제로 예수님 말씀을 듣고 깊은 곳을 향해 그물을 내린 베드로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놀라운 결과를 충만하게 얻게 됩니다. 잘못된 방향으로부터 돌아서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때, 얼마나 큰 풍요를 얻을 수 있는지 알게 되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죄를 단순히 윤리적 잘못을 저지르는 것으로 정의하기보다는, 길을 잃어서 열매를 충만히 맺지 못하는 상태로 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넘치는 복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기에 그러지 못하고 있는 상태가 바로 죄라는 것이지요. 이렇게 볼 때, 죄인은 악인이 아닌 불쌍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회개는 죄의 상태를 꾸짖는 차원을 넘어 궁극적으로 올바른 길로 돌아와 열매를 많이 맺으라는 초대로 알아들을 수 있게 됩니다. 밤새 애를 썼지만, 결과를 얻지 못하고 계속 목마르고 배가 고픈 상태에서 벗어나, 주님께서 주시는 충만함을 맛보라는 초대 말입니다. 그리고 이 초대에 우리가 응할 때, 그 충만함은 애초에 가지고 있던 우리 기대를 훌쩍 뛰어넘곤 합니다. 마치 물고기를 많이 낚고 싶어 했던 이들이 이제 온 인류를 대상으로 사람 낚는 어부들이 된 것처럼 말이지요.


열심히 살지만 열매 맺지 못하는 이들, 열심히 기도하지만 그 열매를 맛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렇듯 늘 목이 마르고 무미건조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베드로와 동료 어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밤새 잘못된 방향에서 고기를 잡으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인 것이겠지요. 그리고 이들에게 우리가 건넬 수 있는 말은 오늘 제1독서의 말씀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입니다.”(1코린3,23) 우리 방향이 우리 삶의 목적이신 그리스도께로, 하느님께로 향해 있어야만 우리가 충만함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 방향을 잘 식별하고, 또 사람들이 잘 식별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세상의 지혜가 아닌 하느님의 지혜를 함께 청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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