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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나눔

[2/9] 연중 제5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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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02-09 09:03 조회139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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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열왕11,29-32;12,19 / 마르7,31-37>


유난히도 추운 이번 겨울, 저희 집 성당 난방이 2주 전에 이어 엊그제 또다시 얼어버렸습니다. 큰 성당에 난방을 하면 가스비가 많이 들기도 하고, 또 저희야 식구가 많지 않으니 작은 방에서도 충분히 기도하고 미사 할 수 있어서, 피정이 없으면 성당에 불을 넣지 않는데, 그런 상태로 한파가 며칠 계속되다보니 바닥에 심겨진 파이프에 난방수가 얼어버린 것이지요. 이런 상태로는 아무리 보일러가 난방수를 뜨겁게 데워서 성당에 물을 보낸다고 해도, 성당 안으로 온기가 전해질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집안에 있는 난로를 다 가져다가 이틀을 꼬박 성당을 따뜻하게 데우고 나서야, 어제 밤 비로소 얼음으로 막혔던 파이프가 녹고 난방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시작했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치유하십니다. 물론 우리야 귀로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 입으로 말을 할 수도 있기에, 이 병자의 처지가 우리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멀쩡한 혀와 귀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소통이 잘 안 된다고 느끼는 경우도 꽤나 많았던 것 같습니다. 과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하느님과의 관계, 또 심지어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무언가가 벽처럼 가로막혀서, 상대방의 의도, 하느님의 뜻, 또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게 막힌 소통을 열기 위해서는 얼어버린 난방 파이프 못지않게 따뜻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저 “에파타” 한 마디로 마법같이 열리면 참 좋겠지만, 따뜻함은 그렇게 한마디 말로 한 순간에 전해질 수는 없는 법이지요. 군중으로부터 벗어나 인격적인 친밀한 만남을 가져야 할 것이고, 또 손수 손가락을 넣고 만지는 따뜻한 손짓과 함께, 한숨을 내쉬며 그 아픔까지도 공감하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따뜻함이 전해지고, 그 병자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리듯, 막혔던 벽이 허물어져 소통이 재개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에는 또 인내가 필요합니다. 언 것을 녹이기 위해서 이틀을 꼬박 난로를 켜 놓아야 했던 것과 다르지 않은 이유일 것입니다.


형제자매들과의 소통, 하느님과의 소통, 나 자신과의 소통을 위해서, 귀 먹고 말 더듬는 이를 고쳐주시는 예수님 모습을 다시금 묵상하는 오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안에 막혀 있는 것들을 인식하고, 또 그것들이 열리도록 따뜻함을 인내롭게 전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함께 청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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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파비올라님의 댓글

파비올라 작성일

이 글을 읽고 다시 새겨보니, 제가 이렇게 댓글을 다는 이유는 다름이아니라 저 또한 소통하기를 원하는듯 합니다. 한 번쯤은 무언가 어떤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험을 했던, 그럼에도불구하고 그 답을  갈구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인데요.  저도 힘을 내어 그동안 진행하고 싶었던 그러나 혼자하기에는 어려웠던 일들을  실천해 보았습니다. 감사하게도 경청해주시고 그 뜻을 같이 해주시기로 했어요.
이러한것을 통해 신부님께서 피정에 오신 분들을 위해 소리없이 정성을 다하신 모습처럼, 일들에 어떠한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었음을 새롭게 깨달아 봅니다. 또한 아직은 하느님을 믿고 만나는 것이 작고 소소하지만 신부님의 말씀처럼'  하느님과의 소통, 나 자신과의 소통을 위해서, 귀 먹고 말 더듬는 이를 고쳐주시는 예수님 모습을 ' 통해 이어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