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묵상나눔
묵상나눔

[11/19] 연중 제33주간 목요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20-11-18 12:18 조회38회 댓글0건

본문

<묵시5,1-10 / 루카19,41-44>


어린 아이들의 싸움에서 승부가 갈리는 순간은 한쪽이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입니다. 치고받은 부위가 너무 아프거나, 코피가 터진 것에 놀라 울 수도 있을 테고, 억울함이 속에서 북받쳐 올라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을 테지요.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일단 울음을 터뜨리면 그쪽이 진 것으로 간주되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려서는 우는 것이 약하다는 하나의 증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이 바뀌게 됐던 것은 늘 강한 사람으로 믿어 의심치 않던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던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 지금의 제 나이 정도이셨던 것 같은데,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흐느껴 우는 아버지를 볼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그 모습이 전혀 약해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랜 기간 막내아들로서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며 나누었을 깊은 사랑을 그 눈물을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약함이 아닌, 오히려 강한 사랑을 보았던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루살렘의 파괴를 미리 보고 우시는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사람들이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도성의 돌들이 하나도 제 위치에 남아있지 않을 만큼 허물어진 예루살렘을 보고 눈물을 흘리신 것이지요. 그분의 이 눈물을 보면서,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그 파괴를 왜 막지 못하셨는지 의아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하느님이 한없이 무력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무력하게 보이는 눈물이 하느님의 전능하심을 잘 보여줍니다. 프랑수아 바리용 신부님이 이야기했듯이 애초에 그분의 전능은 힘의 전능이 아니라, 오히려 힘을 포기하는 사랑의 전능이었기에, 설사 회개하지 않는 이들이라 하더라도 어떤 위력을 행사하기보다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그런 전능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눈물 역시 약함이 아닌, 그 어떤 누구를 위해서라도 울어줄 수 있는 강한 사랑으로 묵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나를 위해서도 기꺼이 울어주시는 하느님을 우리는 또 새롭게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겠지요.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이러한 전능으로 초대하신다고 믿습니다. 누군가에게 힘을 행사하는 식의 전능이 아니라, 당신을 닮아서, 다른 이의 고통을 내 아픔으로 느끼고 함께 울 수 있는 사랑의 전능 말이지요.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사람들, 그리고 견고하게 쌓아온 가치들이 마치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게 되는 것처럼 무너지는 현실 속에서, 먼저 울어주시는 예수님과 함께 우리도 기꺼이 눈물 흘릴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은총을 이 시간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