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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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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20-06-28 13:09 조회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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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12,1-11 / 2티모4,6-8.17-18 / 마태16,13-19>


아마도 한국 교회에서 형제들의 세례명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베드로와 바오로일 것입니다. 저희 수도회만 해도 세 명의 형제들이 오늘 축일을 맞이하는데, 이들을 포함해서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영명축일 축하식이 여기저기서 거행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베드로와 바오로 두 성인이 얼마나 우리 교회의 대표적인 성인인지, 또 신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두 분은 모두 사도라고 불리고, 또 같은 날을 축일로 기념하기까지 하면서도, 정작 그 역할은 서로 많이 달랐습니다. 아시다시피, 베드로 성인은 이스라엘 민족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면서, 제1대 교황으로서 교회의 기틀을 확고히 다지셨던데 반해, 바오로 사도는 성령께서 이끄시는대로 온 세상에 가서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데 힘쓰셨지요. 그래서 교회의 반석인 베드로 사도는 교회의 제도를 상징한다고 하고, 자유로운 성령의 역동을 드러낸 바오로 사도는 교회의 카리스마를 상징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이 두 성인은 교회가 그 모습을 지키면서, 동시에 외부 세계와 대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 보완하고 통합하여 풍요로움을 이끌어냈던 것이지요.


최근에 코로나 시대를 맞아, 교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것 같습니다. 대면접촉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웃사랑과 친교가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겠는지, 또 미사 이외의 소모임 활동이 사라진 이때 신자들의 지속적인 양성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가 하면, 온라인으로 하는 미사더라도 실시간으로 성실하게 참여한다면 미사 참례로 인정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도전적인 질문이 오가기도 하고, 온라인 성당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들의 이야기도 눈에 띕니다. 또,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생태적 회개에 대한 요청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수많은 신학적인 담론이 오가고, 사목적인 요청과 응답이 이어지리라 예상됩니다.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는 열띤 토론과 첨예한 대립이 있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이러한 물음에 응답할 때, 베드로와 바오로의 서로 다른 모습이 교회를 건강하게 만들었음을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말하자면, 소위 보수와 진보, 안정된 신학과 상상력이 서로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성령께서 이끄시는 쇄신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비단, 교회 전체의 큰 사안들에 대해서만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가족, 본당, 수도공동체, 지역 사회 등,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면 어디나 마찬가지여야 할 것입니다. 왜냐면 새가 한쪽 날개로 날 수 없듯이, 우리도 한쪽 목소리에만 기대어 성장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았던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의 대축일을 기념하는 오늘, 우리의 다양한 모습에 감사하며, 이 다름이 불편함을 넘어 풍요로움으로 열매 맺힐 수 있도록 필요한 은총을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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