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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 연중 제13주일 (교황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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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20-06-27 11:14 조회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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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왕4,8-11.14-16ㄴ / 로마6,3-4.8-11 / 마태10,37-42>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의 뜻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 그러니까 그분이 꿈꾸셨던 세상을 함께 꿈꾸고, 그분이 가르치신 사랑의 계명을 지키며, 또 그분께서 몸소 모범을 보여주셨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한 마디로 그리스도인이란 예수 그리스도처럼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지요. 그러고보면, 이 말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진정 그리스도인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더 깊이 고민하게 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은 그렇듯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본적인 지침을 알려준다고 할 수 있는데, 크게 네 가지를 말씀하신다고 여겨집니다.


첫 번째로 말씀하신 것은 부모나 자식조차도 당신보다 더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가족과 당신을 비교해서 말씀하셨다기보다, 모든 것에 앞서 당신을 사랑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피조물과 하느님 사이의 우선순위가 어떠한 경우에도 뒤바뀌어서는 안 되고, 또 당신께로 가는데 방해가 되는 어떠한 집착으로부터도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초대인 것이지요.


두 번째는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는 말씀인데, 여기서 두 가지를 눈여겨보면 좋겠습니다. 우선 다른 것이 아닌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근심거리를 한 보따리 지고 간다거나, 과거의 원망과 분노를 힘겹게 껴안고 가는 식으로 내가 스스로 만든 짐을 만들어 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 그러니까 나에게 주어진 것, 그리고 당장은 힘들고 아프지만 결국 나를 부활로 이끌어가는 것을 지고 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와 더불어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상하게 남의 십자가가 더 가벼워보일 때가 많지요. 그러다보니 자꾸만 남과 비교하려 하고, 나보다 쉬운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 힘에 겨운 십자가를 결코 주지 않으시고, 당신 섭리 안에서 각자에게 꼭맞는 부활의 길로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세 번째로 예수님께서는 당신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라고 말씀하시지요. 여기서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 단지 숨이 끊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답지 못한 삶을 살 때, 그러니까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습이 아니라, 세상이 요구하는 대로 타협하며 살 때, 그것은 참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죽이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예수님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그분을 따르는 참된 삶을 살기 위해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주님께서는 비겁하게 살면서 자기를 잃어버리기보다, 세상의 박해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되라고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네 번째는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이 서로 너그러운 마음을 품고 자선을 행하라는 초대입니다. 제1독서에서 우리는, 엘리사에게 작은 방과 음식을 마련해준 수넴의 여인이 아들을 선물로 받는 이야기를 보게 됩니다. 이처럼 너그러운 마음, 자선을 행하는 이들은 큰 상으로 그것을 되돌려받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부담감을 안고 큰 자선을 행해야 한다는 말씀은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시원한 물 한잔을 말씀하시는데, 이는 거창한 자선보다, 오히려 서로를 돌보는 관심과 배려의 중요성을 말씀하시는 것이라 이해됩니다. 사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들은 혼자서 이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서로를 돌보고 의지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야만 합니다.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머릿속으로 하는 상상이 아니고, 또 입으로만 빈말을 늘어놓는 ‘말 잔치’도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내 삶 안에서 언제나 주님을 첫 자리에 두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 십자가를 담대히 지고 걸어가는 것입니다. 또,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참된 삶을 사는 것이고, 무엇보다 관심과 배려의 마음으로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입니다. 이때 비로소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그리스도인으로 변모되어 가고, 세상 사람들도 우리를 그리스도인으로 더욱 명확히 알게 되는 것이겠지요.


흔히 교회를 죄인들의 공동체라고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그리스도처럼 살도록 초대받은 우리들이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부족한 부분이 많기에, 늘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이 필요한 죄인들이라는 것이지요. 그러기에 그리스도인으로 초대받은 우리는 주님을 충실히 따를 수 있도록 필요한 은총을 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오늘은 교황주일이기도 합니다. 교황님은 우리 교회가 주님께 올바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성령께 귀 기울여 그 방향을 식별하시고, 또 신자들이 지치지 않고 그 길을 걷도록 격려해주는 분이시지요. 특별히 교황님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오늘,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주님께 받은 자신의 소명을 기쁘게 살아가시고, 늘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교회를 올바로 이끄실 수 있도록 기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교황님을 비롯한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히 그분의 제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시간 마음 모아 기도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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