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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주님 승천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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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20-05-23 10:38 조회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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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1,1-11 / 에페1,17-23 / 마태28,16-20>


어렸을 때 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를 청해 듣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개 그 주제가 부모님을 공경해야 한다거나,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등의 이야기들이었는데, 어린 저에게 아주 재미있게 다가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도 재미이지만, 그보다 그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교훈을 전해주신 할머니께 새삼 감사하게 됩니다. 사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서 그렇게 선조들의 지혜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배우고 내면화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법이나 처벌과 같은 강제적인 장치보다, 오히려 우리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칠 때가 많지요.


예수님께서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셨습니다. 비유와 상징으로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리고 하느님의 나라는 어떠한지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셨지요. 더 나아가 그 이야기는 단지 말로 전해지는데 그치지 않고, 기적과 같은 놀라운 행적으로, 때로는 벗의 친근함으로, 또 어떤 때는 침묵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전해진 그분의 이야기는 율법학자들의 원칙주의나 바리사이들의 가르침과 달리, 피상적인 변화를 넘어 사람들 안에 내면화되어 그들 마음을 변화시키기 시작합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과 그분의 나라가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씨앗처럼 뿌려져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예수님께서 하셨던 그 이야기, 그리고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가 다시 제자들을 통해 온 세상에 전해집니다. 승천하셔서 시야에서 사라지신 예수님(사도1,9), 그래서 더 이상 눈으로 볼 수 없는 예수님의 이야기가 제자들을 통해 강한 생명력으로 세상에 전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다시 말과 행동, 인내와 겸손, 친절과 환대를 통해 예수님의 이야기가 전달되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듣고 체험하면서 그분께서 구원자이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 승천 대축일을 맞아 듣게 되는 오늘의 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는 대목입니다.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고, 세례를 주고, 주님의 말씀을 전하고 지키게 하라고 하시지요. 지상명령이라고도 하는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 역시 이야기꾼이 되도록 초대 받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선조들의 지혜를 후대에 전해준 수많은 이야기꾼들처럼, 그리고 하느님의 섭리를 이야기해준 예언자들과, 삶과 죽음과 부활로써 그 이야기를 완성하신 예수님처럼, 또 그렇게 충만해진 이야기를 다시 삶으로 전한 제자들처럼, 우리도 그 이야기를 모든 피조물에게 전하도록 파견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러기에 이 이야기는 교회 안에서 신자들 안에서만 되풀이되는 그런 이야기여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다양한 언어와 몸짓으로 세상 곳곳에 전해져야 하는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날로 더 풍요롭고 흥미진진해지는 이야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한 처음부터 시작된 이 이야기는, 마치 작은 씨앗이 큰 나무로 자라나듯, 강한 생명력으로 세상 곳곳에 퍼져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겠지요.


이 생명의 이야기가 우리의 말과 행동, 그리고 삶을 통해서 끊임없이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안에 살아계신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만물이 충만해지고,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각자에게 필요한 은총을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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