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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 부활 제3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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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20-04-27 14:57 조회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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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7,51─8,1ㄱ / 요한6,30-35>


김수환 추기경님의 어린 시절을 영화로 만든 “저산너머”라는 영화가 제작되어 곧 개봉한다고 합니다. 영화를 직접 보게 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소식을 접하면서 추기경님께서 생전에 영감을 주셨던 여러 모습과 말씀들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됩니다. 그 가운데,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되뇌게 되는 말씀이 있는데, 바로 “서로 밥이 되어 주십시오.”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남을 잡아먹으려는 사람들은 많은데, 반대로 자신이 먹히려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남을 희생시켜서라도 내 잇속을 채우려고는 하지만, 반대로 남을 살리겠다고 자신을 희생하려 들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김수환 추기경님 말씀은 나와 상관없는 먼 나라 낯선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일컬어 생명의 빵이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에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 당신께서 기꺼이 먹히고 씹히고 희생되기를 마다하지 않으시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여겨집니다.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고 영원한 생명을 주시려고, 갖은 모욕과 매질을 피하지 않으시고, 마침내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기까지 하셨지요. 더욱이 모두가 생명을 얻기까지 언제까지라도 그렇게 밥이 되어 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인 우리도 그분처럼 세상에 생명을 전하는 사람으로 초대받았다고 믿습니다. 이를 기억하며, 특별히 우리말에 ‘진국’이라는 표현을 함께 되새겨보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우려낸 국물처럼 속이 깊은 사람, 그래서 만날수록 그 맛이 더 우러나오고, 그 맛과 향이 나를 충만하게 채워주는 사람을 우리는 ‘진국’이라고 이야기하지요. 어쩌면 오늘날 서로에게 밥이 되어 준다는 의미는, 희생과 더불어 그런 ‘진국’의 맛과 향으로 충만함을 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얄팍한 만족이 아니라, 깊은 맛으로 허기진 영혼을 채워준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이렇듯 그 맛이 제대로 들기 위해서는 밥이든 국이든 간에 기다리며 끓이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그러니 누군가의 밥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잘 무르익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밥이 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인내하며 내공을 쌓는다는 의미, 그리고 그렇게 준비된 양식을 희생으로 내어준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생명의 양식을 묵상하는 오늘, ‘진국’이 되기까지 필요한 인내와, 또 기꺼이 희생으로 생명을 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님께 청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들의 변화를 통해, 이 세상이 점차 서로 잡아먹지 않고 밥이 되어 주라는 초대가 익숙한 그런 세상으로 변모되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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