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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나눔

[1/19] 연중 제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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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20-01-18 14:26 조회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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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49,3-6 / 1코린1,1-3 / 요한1,29-34>


며칠 전 수도원 1층 응접실 조명이 고장 나서, 새로운 조명기구로 교체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회 삼아, 건물 구석구석을 살피며 문제가 있는 다른 조명과 스위치들까지 점검하고 수리를 했고, 또 오래전 모델이라 어둡고, 자꾸 형광등을 교체해주어야 하는 몇몇 기구들은 밝은 LED 조명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반나절 정도의 작업을 통해 고장 났던 곳을 모두 고칠 수 있었고, 어두웠던 곳들이 밝아져 전보다 잘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빛은 이렇듯 어두운 곳을 밝혀서 거기 있는 것을 전보다 또렷하게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자신이 반짝이며 스스로를 한껏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빛으로 남을 드러나게 하고, 주목받게 하는 것이 그 역할이라는 말이지요. 오늘 제1독서에서 “나는 너를 민족들의 빛으로 세운다.”(이사49,6)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을 선택하신 것이 이스라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는 빛을 통해서 모든 민족들이 당신의 영광을 보고, 그래서 당신께로 그들을 모아들이시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스라엘은 그들의 역사를 통해 하느님을 증언한 민족입니다.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온 인류에게 알려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세례자 요한을 통해서 또 다른 증언, 다시 말해서 또 다른 빛을 보게 됩니다. 성경을 살펴보면 세례를 받기 위해 그렇게나 자부심이 강했던 바리사이와 사두가이들까지 그를 찾아왔다고 하지요. 또 헤로데 임금조차도 그를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세례자 요한은 의인과 죄인, 학자와 무식쟁이, 부자와 가난한 이를 막론하고 수많은 이들을 회개로 이끌었던 인물로서, 말 그대로 당대 최고의 예언자라는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표현으로 말하자면,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 빛을 반짝이는 스타였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 스타 예언자가 자기에게 허락된 빛으로 하느님의 어린양을 드러냅니다. 마치 조명이 어두운 곳을 밝히 비추듯이,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예수님을 사람들이 밝히 알아볼 수 있게 한 것이지요. 그리고 이스라엘이 민족들의 빛으로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냈듯이,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께서 바로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증언합니다. 그렇게 그는 빛으로서 자신이 세상에 드러내야 하는 분을 충실히 비추었던 것입니다.


마태오 복음 5장 14절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5,14) 과연,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빛으로 불림 받았습니다. 이때 이 빛은 세례자 요한과 마찬가지로, 나 자신이 아닌 그리스도를 드러나게 하는 빛이어야 합니다. 만일 나를 드러내고 돋보이게 하려는 마음에 한껏 밝은 빛을 뿜어내기라도 한다면, 나를 통해 그리스도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빛이 다른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주님을 증언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증언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 이 빛은 어떤 사상이나 세속적인 가치관, 그러니까 물질 만능주의라든가 효율 지상주의, 개인주의와 같이 은연중에 나를 이끄는 생각들을 증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은, 그것이 좋은 쪽이든 아니면 나쁜 쪽이든 간에, 사람들에게 하나의 증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매 순간 내가 증언하는 것이 나의 생각인지 아니면 복음의 정신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내가 커지고 주님께서 작아지시는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주님께서 커지시고 내가 작아지는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깨어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끝으로,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1서 말씀을 통해, 우리가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거룩하게 변모된 사람들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그 변모된 모습으로 우리 삶이 하느님을 가리키는 세상의 빛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세상 가운데서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드러내고, 또 복음의 기쁨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그분의 증인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은총을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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