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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성 안토니오 마리아 글라렛 주교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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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9-10-24 10:14 조회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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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61,1-6 / 2코린5,14-20 / 마르16,15-20>


글라렛 성인의 성화를 보면, 성인이 굉장히 무뚝뚝하고 엄격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글라렛 성인을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분이 부드럽고 온화한 분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글라렛 성인은 1849년 수도회를 설립하자마자 보름 만에 쿠바의 대주교 임명이 되고, 이듬해 배를 타고 쿠바를 향해 떠나가시지요. 그렇게 떠나기 바로 며칠 전 따라고나 대주교님께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새벽부터 마차를 타고 가던 중에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오전 7시경, Villafranca라는 마을을 지나게 되셨는데, 글라렛 성인이 지나가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마을 신부님들이 모두 기다리고 있다가 성인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합니다. 그 도움은 바로, 그날 아침 교수형에 처할 예정인 4명이 고해성사를 받도록 도와주시라는 것이었지요. 3명은 10대 후반, 1명은 40대였다고 하는데, 모두가 아주 완강하게 성사 받기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이에 성인은 그 즉시 가까운 성당을 찾아가서 앞으로의 일을 하느님 손에 맡겨드리는 기도를 한 후에, 바로 감옥을 향해 갑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글라렛 성인이 따뜻하고 자애로운 말로 고해할 것을 부탁하자, 완강하게 거부하던 세 명의 10대 청년들이 그 온화함에 누그러져 이내 고해를 한 것입니다. 이어서 성인은 그들에게, 혹시 자신들한테 상처를 준 사람이 있다면 용서할 수 있겠는지를 물어보셨는데, 이 물음에 둘은 그러겠다고 했지만 한 명은 다시 강하게 자기 어머니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이렇게 사형에 이르게까지 된 데에는 어머니의 책임이 크다고 여겼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글라렛 성인은 말 그대로 엎드려서 그 청년의 발에 입을 맞추면서 다시 간절히 부탁하십니다. 만일 어머니를 용서하지 않는다면, 지옥에 갈 수 있다고 하시면서, 하느님을 위해서 또 성인을 보아서라도 제발 엄마를 용서해달라고 빌다시피 청하셨던 것이지요. 그 청년은 그 자리에서는 그럴 수 없다고 다시 거부했지만, 다행히도 몇 시간 뒤 사형 집행 바로 전, 목에 밧줄을 걸고 교수대로 가는 길에 성인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제 어머니를 진심으로 용서하겠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그리고 이 말에 마지막 40대 남자의 마음도 움직였고, 바로 그 자리에서 역시 목에 밧줄을 건 채로 고해를 하고 사죄경을 받습니다.


글라렛 성인은 종종 주님께로부터, 또 성모님께로부터 메시지를 받으시곤 했는데, 그에 따라 공적인 자리에서 아주 단호하게 그 네 명의 죄수들은 모두 구원받았다고 이야기하신 바 있습니다. 그렇게 하느님 손에 모든 것을 맡겨드린 성인의 겸손함, 그리고 온화한 마음이 네 영혼을 구원했던 것입니다. 이렇듯 영혼 구원을 위해서는 대주교로서 사형수 앞에서 무릎 꿇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았던 성인에게, 왜 그렇게 영혼들의 구원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지 누군가 물었다고 합니다. 그 물음에 성인은 이렇게 답하셨다고 하지요. “눈먼 사람이 구덩이에 빠질 위험에 있을 때, 그에게 경고하지 않겠습니까? 나도 같은 일을 한 것입니다. 그것은 나의 의무입니다. 나는 죄인들이 꺼지지 않는 지옥의 불구덩이에 빠지지 않도록 경고해야만 합니다.”


실제로 성인은 영혼들의 구원을 위해서 일반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객관적인 기록만 보더라도, 35년의 사제 생활 동안 144권의 책을 집필하셨고, 또 25,000회가 넘는 설교를 하셨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한 번은 48일간 선교여행을 떠나신 적이 있는데, 그동안 무려 205회에 걸쳐 설교를 하셨다고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더욱이 그 가운데 어떤 날은 총 12번 설교를 하셨다고 하니 그 열정과 에너지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러한 성인을 “쉬지 않고 일하는 사도”라고 불렀던 것이지요. 또 1950년 5월 7일에 거행된 성인의 시성식 때에, 비오 12세 교황님께서는 성인을 일컬어, “겉으로는 온화하기만 해 보이지만, 세상의 어떤 위대한 인물보다 더 큰 열정을 지니셨던 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십니다. 한 마디로 따뜻한 온화함 속에 불같은 열정을 지닌 분이셨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열정을 한순간 갖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글라렛 성인처럼 한평생 같은 열정으로 산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겠지요. 성인께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 비결은 바로 예수님과 일치되어 사셨던 성인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라렛 성인은 그리스도를 닮고 그분과 일치하기를 늘 간절히 바라셨습니다. 예수님의 덕행과, 겸손한 마음, 행동을 따르고, 심지어 그분의 고통까지도 똑같이 겪기를 원하셨지요. 그렇게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하고자 하셨던 성인의 바람은 신비적인 사건 안에서 확증되곤 했는데, 그 가운데 두 가지 일화만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자서전에 따르면, 1861년 8월 26일 저녁 7시경, 라 그랑하라는 지역에 있는 로사리오 성당에서 성인이 기도하시다가, 밤낮으로 성체를 가슴에 모실 수 있는 큰 은총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날 이후, 미사 중에 모신 성체는 계속 성인의 가슴 속에 머물렀고, 다음 날 미사 때까지 그렇게 보존되었습니다. 이 기적은 성인이 선종하시는 1870년 10월 24일까지 계속되었는데, 이렇게 성인은 죽는 날까지 그리스도와 온전히 일치한 상태로, 마치 성체가 현시되는 것처럼 사람들 가운데 예수님을 드러내셨던 것이지요. 증언에 따르면 그 성체로부터 빛이 나와서 얇은 옷을 입으면 그 빛이 가슴으로부터 새어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인은 그 빛을 가리려고 일부러 두꺼운 옷을 입으셨다고 하지요.


그리고 바로 3년 뒤 성탄 때는 또 다른 신비적인 체험을 하십니다. 마드리드에 위치한 “지속적인 성체조배 수녀회”에서 성야 미사를 마치고 감사기도를 하시던 중에, 아기 예수님을 안고 계신 성모님께서 성인에게 나타나셔서, 그 아기 예수님을 성인의 품에 안겨 주셨던 것이지요. 이 내용은 자서전에 기록하지 않으셨던 체험입니다. 하지만 그 수녀회의 안젤리카 수녀님의 편지를 통해 나중에 자세히 알려지게 되었지요. 수녀님의 증언에 따르면 그 성탄 새벽에 다섯 시간에 걸쳐 성인은 신비 체험을 하셨다고 하는데, 함께 있던 적지 않은 수의 수녀님들 모두가 큰 기쁨 중에 그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신비적인 이야기들이 오늘날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와 온전히 일치하여 사셨던 성인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이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온 삶을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하기를 바랐고, 또 일치되어 사셨던 성인께서 그리스도께서 그러하셨던 것처럼 죽음에 이르기까지 복음을 선포하셨고, 또 그 사명을 모든 글라렛 회원들에게 전해주셨습니다.


스페인에서 공부하는 이승복 라파엘 형제의 서품식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0월 초에 스페인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짧게나마 라 그랑하의 로사리오 성당과 세고비아의 글라렛 공동체를 방문할 수 있었지요. 그 가운데 저한테 가장 큰 감동을 주었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세고비아 공동체 성당에 보존된 돌로 만든 설교대였습니다. 그 설교대는 글라렛 성인이 수많은 설교를 했던 설교대 가운데 하나를 가져와 보존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 자리에 서서 그 돌로 된 설교대를 손으로 잡고 글라렛 성인의 온기를 느껴볼 수 있었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글라렛 성인은 제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고 따르고 싶은 성인이십니다. 그리고 이분을 떠올리면서 개인적으로 울컥하는 감동을 느낀 적도 여러 번 있었는데, 그날도 그랬습니다. 불같은 열정을 담아 따뜻한 온화함으로 사람들에게 말씀을 선포했을 글라렛 성인의 온기를 느끼면서 많이 감동하고, 또 글라레시안으로 초대받았음에 감사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참 기쁘게 그 자리에서 성인의 전구를 청할 수 있었습니다.


안토니오 마리아 글라렛 성인이 한국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바라건대, 제가 글라렛 성인을 가깝게 느끼고, 늘 전구를 청하는 것처럼, 많은 분들이 성인의 삶에서 영감을 얻고, 또 그분을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예수님과 일치하여 선교하셨던 우리 성인을 사랑하게 되고, 또 그분의 전구로 많은 은총을 받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우리 글라렛 형제들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피를 나눈 부모 자식이 같은 DNA를 공유하기에 생김새가 비슷한 것처럼, 저희 글라레시안들도 글라렛 성인과 같은 영을 호흡하고, 말하자면 같은 성령의 DNA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그분의 삶을 따라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 저희들이 성인처럼 온화한 가운데서도 뜨거운 열정으로 그리스도와 일치해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그렇게 함께 꿈을 나눌 성소자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또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다시금 오늘 이 기쁜 날을 함께 하기 위해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사랑하는 글라렛 성인과 일치하여, 여러분들 가정에 주님의 큰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이 미사 중에 계속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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