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묵상나눔
묵상나눔

[4/29] 부활 제5주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04-28 18:27 조회58회 댓글0건

본문

<사도9,26-31 / 1요한3,18-24 / 요한15,1-8>


가끔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도 하고, 또 중요한 스포츠 경기가 있으면 형제들과 함께 TV를 보곤 합니다. 특별히 어제는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정말 감동적으로 TV를 통해 보기도 했었지요. 하루 종일 TV만 보면 그것도 문제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즐거움과 감동을 전해주는 TV는 한편으로 참 고마운 장치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TV 전원을 꽂지 않으면 어떨까요? 아무리 좋은 텔레비전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고 말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15,5)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가 예수님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전원을 뽑아 놓은 텔레비전과 다를 바가 없겠구나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텔레비전이 아무 쓸모없는 것이 되듯이, 제 아무리 잘 난 사람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과 떨어져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비유 말씀에는 텔레비전 코드를 꽂는 것보다 훨씬 더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왜냐하면 포도나무 가지가 포도나무에 올바로 붙어 있다는 것은, 그 가지도 포도나무의 일부임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예수님께 붙어 있을 때, 우리는 그분으로부터 힘과 생명을 얻을 뿐만 아니라, 그분과 한 몸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보여주셨던 하느님의 사랑을 계속해서 세상에 전하고, 또 그분의 말씀을 선포하면서, 마침내 그분과 함께 죽고 함께 부활하는 사람들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복음을 찬찬히 보노라면 포도나무에 그저 붙어있기만 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말씀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그분 안에 머물러야 하는지 알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우선 첫 번째는 우리가 가지이지 포도나무 자체는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언제든 떨어져나가면 말라버릴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것이지요. 그러기에 내가 무얼 좀 잘 한다고 해서 우쭐거릴 필요도 없고 교만해질 이유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포도나무 자체이신 그리스도를 통해 가능한 일이고, 우리는 그저 거기에 협력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우리 몫은 그저 겸손하게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가 참 포도나무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붙어 있는 것이 참 포도나무가 아닌 거짓 포도나무일 때, 우리는 거짓된 열매를 맺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아닌 다른 존재에 내가 크게 의지하고 있을 때, 예를 들어서 돈이나 명예에 지나치게 집착할 때, 혹은 술이나 좋지 않은 악습에 매달릴 때, 우리는 참 포도나무이신 예수님이 아닌 다른 곳에 의지하여 붙어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 때 우리는 생명이신 예수님을 벗어나 죽음의 길로 가게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러기에 내가 지금 예수님께 참으로 의지하고 붙어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로 우리는 포도나무에 그저 붙어 있기만 한 것인지, 아니면 그 나무로부터 생명의 수액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는지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잘려나간 가지를 본드나 테이프로 붙여 놓는다고 그 가지가 열매를 맺지는 못하겠지요. 왜냐면 겉보기에 붙어 있는 듯 보이더라도, 그 나무의 뿌리로부터 끌어올려진 영양분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마치 미사에 나오고 기도를 하고는 있지만, 마음을 열어 그 은총을 충만히 받지 못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르게 표현해 보자면 우리가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어떤 사람들과는 친근하게 정을 나누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과는 그냥 무덤덤하게 마지못해 함께 있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도 예수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친밀하게 보낼 수도 있고, 반면 형식적으로만 보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그분 안에 잘 머물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마치 가장 친한 친구를 대하듯, 그분과 친교를 나눌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네 번째로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내가 지금 열매를 맺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열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겠는데, 그 첫 번째는 개인적으로 내 마음에 맺히는 열매들, 곧 사랑, 기쁨, 평화, 성화, 위로와 같은 열매들입니다. 내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내 마음이 기쁜지, 평화로운지, 또 위로를 받는지 살펴보면, 내가 예수님 안에 잘 머물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반면에 가지에 맺히는 또 다른 열매들로서, 선교의 열매도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와 제자들의 설교로 신자들의 수가 늘어났듯이, 우리도 예수님 안에 머물면 우리의 말과 행동을 통해 사람들이 하느님을 또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예수님 안에 머문다는 것은, 겸손하게 그분께 의지하고, 다른 존재가 아닌 참 포도나무이신 그분만을 따르며, 그분과 친밀한 관계 안에서 은총을 받고, 또 그럼으로써 풍성한 열매를 맺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 더해서 하나 더 기억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참 포도나무의 가지로 붙어있을 때에, 나무와 한 몸을 이룰 뿐만 아니라, 거기 붙어 있는 다른 가지들과도 한 몸을 이루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하느님 안에서 모든 형제자매들과 일치를 이룬다는 것이지요. 특히 오늘은 교회가 정한 이민의 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 안에서 하나가 될 때, 인종과 국적이 문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 하느님께서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시는 하느님이시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내 가족들, 친구들, 더 나아가 한국으로 이주해온 많은 이들과 이주노동자들 모두가 같은 하느님의 자녀들임을 다시금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