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묵상나눔
묵상나눔

[8/25] 연중 제21주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9-08-24 15:03 조회27회 댓글0건

본문

<이사66,18-21 / 히브12,5-7.11-13 / 루카13,22-30>


올해 대학에 들어간 조카가 하나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몸집이 컸던데다 또 먹는 걸 좋아해서 작년에는 100kg이 넘었었지요. 그러던 조카 녀석이 대학에 합격하고부터 운동을 하고 살을 빼기 시작하더니, 엊그제 기준으로 75kg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얼굴도 몰라보게 홀쭉해졌고, 180cm가 넘는 키 때문에 오히려 많이 말라 보이는 인상으로 변했습니다. 건강을 생각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여자 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뒤에 꾸준하고도 피나는 노력이 있었으리라 짐작하게 됩니다. 왜냐면 다들 아시다시피 다이어트라는 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으니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구원받기 위해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쓰라고 하시면서, 많은 사람이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구원으로 가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 문을 들어가지 못할까요? 아마도 그것은 좁은 문을 지날 만큼 충분히 다이어트를 하지 못해서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그 다이어트가 제 조카가 했던 단순한 살 빼기 다이어트는 아니겠지요. 그보다 더 다양한 측면에서의 다이어트가 필요하겠습니다.


그 첫 번째는 물질의 다이어트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를 풍요롭게 해주고,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주는 물질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요. 다만, 필요 이상의 재물을 움켜쥐고 있을 때, 또 자기 허영을 채우기 위해서 사치품을 사면서도, 정작 가난한 이들을 울부짖음은 보려 하지 않을 때, 그 물질은 군더더기 살처럼 우리를 비대하게 만들고, 좁은 문으로 들어갈 수 없게 만듭니다.


그런가 하면, 명성의 다이어트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어느 대학 출신이라던가, 어떤 직책을 가졌다던가 하는 것에 지나치게 의미를 둘 때,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대우를 받고 명성을 쌓는 것에 집착할 때, 우리는 또 비대해질 수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내가 아닌 모습의 가면을 쓰고 그 뒤에 숨어서 거짓된 삶을 살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는 구원에 이를 수가 없지요.


세 번째로, 마음의 다이어트도 필요합니다. 사실, 세상에서 제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마음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우리 마음을 쓰려고 노력하는지에 따라, 달리 말하면 어떻게 길들이느냐에 따라 우리 마음은 어떤 방향성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감사하는 마음, 힘들어하는 이들을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 힘든 가운데서도 기뻐하는 마음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꾸 연습하면서 익숙해지고, 그렇게 선한 방향성이 생긴다는 것이지요. 반면에 미워하는 마음, 부정적인 마음도 반복되다 보면, 좋지 않은 방향으로 마음이 이끌리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마음을 다이어트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끝으로 영적인 다이어트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천사가 아니라 땅에 발을 딛고 있는 만큼, 하루 종일 묵상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것이지요. 물론, 기도하는 것은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만일 신앙생활을 열심히 한다는 이유로, 내가 맡은 바에 소홀해지거나, 사람들과의 관계가 삐걱거린다면, 그때 우리는 영적인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것은 영적인 교만과 연결될 때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더 많이 기도하고 더 자주 미사에 참례했기에, 남들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적인 다이어트를 통해서 하늘나라에 합당한 어린이의 모습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측면의 다이어트는 미사를 열심히 다니는 것만으로 그냥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듯이, 주님 앞에서 먹고 마시고, 또 주님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해서, 그냥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주님께서는 그들에게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모두 내게서 물러가라, 불의를 일삼는 자들아!”(루카13,27)라고까지 하시지요. 그래서 이 말씀은 사제로 살아가는 저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누구보다 가까이 주님 식탁에 자리하고 있고, 또 신학교에서 교회의 가르침을 받았지만, 그것이 저의 구원을 보장하는 것은 아님을 기억하게 해주니 말입니다. 과연, 우리는 누구 하나 예외 없이, 구원의 좁은 문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으로 다이어트를 해야만 합니다. 마치 제 조카가 꾸준한 노력으로 30kg 이상을 뺀 것처럼 말이지요.


다이어트를 통해서 군더더기를 빼는 것. 이것은 한편으로 조각하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마치 예술가가 큰 돌덩이에서 필요 없는 부분들을 깎아냄으로써 그 안에서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듯이, 원래 내 모습이 아닌 군더더기를 덜어냄으로써 내 본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다이어트는 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참모습을 되찾는 과정,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본래의 아름다움을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모두 아름다움을 회복하는 이 여정으로 초대를 받았습니다. 덜어내고, 진짜 내 모습을 찾는 여정 말이지요. 그리고 이 여정을 충실히 따라가는 사람만이 좁은 문을 지나 구원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이 여정을 충실히 잘 걸어가서, 날씬하게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도록 새롭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은총을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