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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주님 만찬 성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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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03-28 19:48 조회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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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12,1-8.11-14 / 1코린11,23-26 / 요한13,1-15>


최근 몇 년간 성삼일의 시작인 성 목요일마다 사람들이 관심 있게 보는 것 가운데 하나가 교황님의 주님 만찬 미사 집전 장소인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즉위한 이후로, 주님 만찬 미사는 베드로 대성전이 아닌 사람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곳에서 봉헌되곤 했었지요. 즉위 첫해에는 로마의 한 소년원을 방문해서 처음으로 여성과 이슬람교도의 발을 씻겨 화제가 되기도 했었고, 2014년에는 노인 재활시설에서, 2015년에는 로마 외곽의 한 교도소에서 교황님이 미사를 집전하셨습니다. 그 이듬해에는 로마 시내의 한 난민보호소에서 이슬람교도와 힌두교도, 콥트 정교회 신자 등 남녀 피난민들의 발을 씻어 주었고, 지난해에는 또 다른 교도소를 방문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올해 교황님은 다시 로마 내 한 구치소를 찾아가 재소자들의 발을 씻겨 주신다고 합니다.


매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교황님의 행보는 무엇보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여겨집니다. 아시다시피 주님 만찬 미사가 전례적으로 기념하는 최후의 만찬은 무엇보다 함께 음식을 나누는 자리였지요. 우리말에도 함께 음식을 나눈다는 뜻을 지닌 “식구(食口)”라는 말이 가족의 의미를 갖게 된 것만 보더라도,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특별한 유대를 뜻하는 것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볼 때 교황님께서 다양한 이들과 함께 이 전례를 하시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식구로 부르셨음을 기억하게 되고, 또 주님 만찬 미사가 가톨릭신자들만의 것이 아닌, 궁극적으로 모든 인류가 초대받은 식탁의 친교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식탁의 친교는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통하여 극적으로 선포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루카복음서를 보면 예수님께서 음식을 드신 장면이 총 열 번에 걸쳐 나오는데, 그 가운데 세 번이 소외된 이들, 여인들, 죄인들을 식구로 맞아들여 함께 나눈 식탁의 친교였지요. 당시 사람들로서는 미처 생각지 못한, 다시 말해서 고정관념을 깨고 경계를 허무는 친교의 확장을 보여주셨던 것인데, 이는 마치 하느님의 자비는 교회의 담벼락을 넘어 온 세상을 향해 흘러넘치고 있음을 담대하게 선포하는 것만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현대 선교학에서도 식탁의 친교 이미지는, 오늘날의 선교 방향, 그리고 온 인류의 연대 필요성을 설명할 때 자주 이용되곤 합니다.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하느님과의 친교에 초대받은 만큼, 우리의 선교도 일부 사람들에게 국한될 수 없으며, 오히려 목소리 없는 이들, 소외된 이들, 불의함에 고통 받는 이들이 있는 주변에로 끊임없이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 최후의 만찬은 성찬례가 제정된 자리입니다. 그래서 오늘 주님 만찬 미사에 참여하는 우리는 친히 식구로 부르신 이들에게 당신의 몸과 피를 온전히 내어주신 예수님의 희생과 사랑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본받기로 다짐합니다. 비단 빵과 포도주의 만찬만이 성찬례의 전부는 아닙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예수님의 모습 역시, 성찬례와 무관한 별도의 행위가 아닌, 희생과 사랑이 담긴 성찬례적인 표현이었지요. 마찬가지로 매해 우리가 주님 만찬 미사 때에 하는 발 씻김 예식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포함한 우리 이웃들과 어우러진 식탁의 친교 가운데, 서로를 섬기고 사랑하기로 다짐하는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바로 성체가 되어 세상 속에서 먹히고 양식이 되기로 결심하는 시간인 것이지요.


그래서 이 주님 만찬 미사는 참으로 제1독서에서 말하는 해방을 준비하는 파스카 만찬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가 우월하다는 교만함으로부터의 해방, 나와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편협함으로부터의 해방인 것이지요. 또한 나 중심의 개인주의로부터 해방되어 사람들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더 나아가 익숙한 안전지대로부터 해방되어 주변에로 기꺼이 나아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확장하겠다고 선포하는 자리인 것입니다. 그러니 이 주님 만찬 미사를 통해 우리가 더욱 친교 안에 일치하고, 또 이 식탁의 친교를 온 세상으로 확장시키고자 하는 우리의 비전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발 씻김 예식을 통해 형제들 안에서의 섬김과 친교를 다시금 확인하고, 다함께 세상 속에서 사랑과 섬김의 삶을 살기로 다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참으로 그렇게 다짐하고,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함께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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