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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부활 제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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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9-05-16 08:34 조회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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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5,27ㄴ-32.40ㄴ-41 / 묵시5,11-14 / 요한21,1-19>


간혹 수도원 형제들이 함께 낚시를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전문가는 아닌지라 현지 아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낚시를 하게 되곤 하지요. 이를테면 이 지역에 사는 물고기는 어떤 종류이고, 어떤 미끼를 좋아하는지를 알려주시기도 하고, 또 소위 ‘포인트’라고 해서 물고기가 미끼를 잘 무는 지점을 알려주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도움을 받아 낚싯대를 드리우면 저 같은 낚시 문외한조차도 눈먼 고기를 꽤 여러 마리 잡게 되곤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낚싯대를 어디에 드리워야 할지, 또 그물을 어디로 던져야 할지는 비단 낚시할 때만 중요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일상 안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조언도 필요하고 그에 따라 올바른 방향으로 그물을 던지는 것이 필요한 법이지요. 마찬가지로 영성 생활 안에서도 좋은 열매를 맺고자 한다면,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이 그러했듯이, 특별히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그물을 던져야만 할 것입니다.


시편 저자는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시편119,105)라고 노래한 바 있습니다. 이는 주님 말씀 없이는 어둠 속에서 헤매는 것처럼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마치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전까지는 밤새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던 것처럼, 주님 말씀 없는 어둠 속에서 우리는 그 어떤 열매도 맺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침이 될 무렵, 그러니까 빛과 함께 예수님의 말씀이 제자들에게 전해집니다. 그리고 그 말씀에 따라 그물을 내렸을 때, 제자들은 상상도 못 했던 엄청난 수확을 얻게 됩니다. 과연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듯이, 그분께서는 세상의 빛이시고, 그분을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되는 것을 보여주신 것이지요.(요한8,12)


그리고 이 체험은 곧바로 부활 체험으로 연결됩니다. 사실, 오늘 복음 말씀을 읽다 보면 어디선가 본 듯한 단어들, 또 장면들이 여러 가지 떠오릅니다. 언젠가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제자로 부르시던 날, 그날도 예수님께서는 밤새 고기 한 마리 못 잡은 베드로가 엄청나게 많은 물고기를 잡게 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베드로는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루카5,8)라고 이야기했었지요. 하지만 오늘 베드로는 주님과 멀어지려 하지 않고, 오히려 주님께 다가가기 위해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듭니다. 같은 상황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된 것입니다. 더 이상 베드로는 주님께로부터 멀어지는 사람이 아닌, 그분께로 가까워지는 사람으로 부활한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아침 식사를 주시려고 준비하신 숯불도 눈여겨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잡히시던 날 밤, 베드로는 숯불 옆에서 불을 쬐다가 자기가 예수님의 제자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닭이 우는 소리를 들었었지요. 그 이후로 숯불은 아마도 베드로에게 있어서는 트라우마처럼, 그 밤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매개가 되었을 것입니다. 바로 그 숯불에 예수님께서는 생선을 구워 아침을 먹으라 하십니다. 두려움과 부끄러움, 그리고 죄책감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숯불이 이제 따뜻함과 포근함, 그리고 보살핌의 기억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베드로에게 있어서 그 순간은 치유의 순간, 받아들여짐의 순간이었겠지요. 그렇게 과거의 상처로부터 베드로는 치유되고 새 사람으로 부활합니다.


그리고 이렇듯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하고 자신들도 부활하게 된 제자들은 급기야 제1독서의 말씀을 고백하기 시작합니다.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보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더욱 마땅합니다.”(사도5,29) 주님 없이 어둠 속에서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했던 이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서 이전에는 상상도 못 할 많은 열매를 맺게 되고 나서, 이제 하느님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렇게 고백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독서와 복음은, 예수님의 부활이 나와 상관없는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통해서 우리 각자가 부활해야 함을 알려줍니다. 빛이신 주님께로부터 멀어지려 했던, 그러니까 죄로 기울려고 했던 모습으로부터, 이제는 그분께 기꺼이 다가서고, 가까이 머물고자 하는 사람으로 부활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 잘못을 저질렀던 순간들을 부끄럽게 여겨서 피하고만 싶었던 모습으로부터, 그조차도 받아주시고 따뜻하게 품어주시는 하느님 사랑에 기대는 이들로 부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아침 식사를 함께하는 제자들의 모습은 그렇게 주님 부활에 참여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여겨집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아침 식사로 생선과 빵을 먹지요. 아시다시피 생선은 제자들이 힘들게 일해서 얻은 수확입니다. 그런데 빵은 주님께서 손수 준비하신 것입니다. 이것을 영성가들은 다름 아닌 성체라고 묵상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노력과 하느님께서 무상으로 주시는 당신의 몸과 피를 통해 우리가 양육되고, 제자로서의 사명에 충실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 독서와 복음을 묵상하면서, 무엇보다 이 부활 시기가 예수님의 부활을 기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새롭게 부활하는 시기여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특별히 이번 주일은 생명 주일이기도 하지요. 내가 죄와 죽음으로 기울어져 있던 부분을 변화시킴으로써, 생명과 부활로 향해 갈 것을 다짐하고 필요한 은총을 청하는 주일입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우리를 바른길을 이끄시는 주님 말씀을 빛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빛을 따라 부활하는 삶을 살아감으로써, 우리들로 하여금 이 세상이 죽음이 아닌 생명을 향해 가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마음 모아 기도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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