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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사순 제5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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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03-19 14:04 조회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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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21,4-9 / 요한8,21-30>


이집트 땅을 벗어나 노래를 하며 기뻐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부족한 양식과 물에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종살이에서 해방되었다는 감사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불만 섞인 투덜거림으로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서로 상처를 주기 시작합니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불 뱀들을 보내셔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물리도록 하셨다고 하는데, 어찌 보면 이 불 뱀들은 하느님이 보내신 것이라기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듭니다. 기쁨과 감사는 뒤로 한 채,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공격하고 상처 입히는 과정이, 마치 뱀에 물려 죽는 고통스런 체험과 그리 다르지 않겠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볼 때 하느님께서 구리 뱀을 통해 사람들을 살리신 것도, 사람들 간의 상처를 치유하시고 공동체를 친교로 회복시켜주시는 하느님의 손길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광야는 흔히 하느님을 알아가는 장소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신앙이 순수해지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예언자들은 광야에서 보낸 40년을 회상하며, 그 시간을 하느님과 이스라엘 민족이 서로를 알아가고 친밀한 관계에 들어서는 신혼여행으로 묘사하곤 합니다. 그리고 오늘 독서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신혼여행 가운데 이스라엘 민족들은 수없이 죄를 짓고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오기를 반복하지요. 어쩌면 같은 죄를 수없이 고백하고 하느님께 용서를 받는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을 알게 되고, 또 그분과 친밀한 관계에 들어가게 됩니다. 어려서 들었던 고해성사에 관한 비유가 있는데요, 죄를 짓는 것은 하느님과 나 사이에 연결된 줄을 끊는 것과 같지만, 고해성사를 통해서 끊어진 줄을 매듭지어 묶게 되면, 전보다 하느님과 나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진다는 비유였습니다. 죄를 많이 짓더라도 그만큼 많이 회개하고 용서받으면 결국은 그 죄를 통해서 하느님과 내가 더 가까워진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것은 내가 잘못한 그 순간이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으로 남기보다,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는 순간으로 기억될 때 가능한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때 우리는 하느님의 참 모습을 더 잘 알아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의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당신이 누구요?”라고 질문하며 아직 그분의 신원을 알지 못하는 유다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들어 올려진 뒤에야 그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하십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범한 죗값을 대신 치르고 모든 이를 구원으로 초대하시는 예수님의 사랑과 자비를 체험할 때 비로소, 그분이 누구이신지 알게 된다는 것이겠지요. 역설적이지만, 그들은 자신의 죄 때문에 용서하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도 살면서 의도치 않게 많은 불 뱀들을 만들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이 만든 불 뱀들에 물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구리 뱀이신 예수님께로 돌아서서 회개하고 그 상처를 치유해 나갈 때, 그 순간들은 죄의 순간이나 죽음의 순간이 아닌, 나약한 우리가 얼마나 예수님을 필요로 하는지, 또 그분의 자비가 얼마나 큰 지 깨닫게 되는 은총의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평생 우리는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예수님께 돌아설 수만 있다면, 그 죄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이 주님을 체험하고 그분과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니 어떤 순간에도 주님께로 돌아설 수 있는 용기를 지닐 수 있도록 기도해야겠습니다. 특별히 이 사순시기에 회개를 통해 주님을 더 많이 알고 그분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은총을 함께 청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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