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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나눔

[3/15] 사순 제4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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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03-14 17:59 조회90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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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32,7-14 / 요한5,31-47>


며칠 전에 흔히들 힐링 영화라고 이야기하는 리틀 포레스트를 보았습니다. 도시에 머물면서 시험과 취업준비 등으로 녹초가 된 여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가서 자연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도시에서 채우지 못했던 허기를 채우고, 또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영화였지요. 영화를 보면서 수도원에 들어오기 전 정신없이 바빴던 제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진짜 자기 모습이 무엇인지, 또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삐 지내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제 경험담이기도 한데, 아무리 바쁘게 지내고 많은 일들로 매일을 채우더라도, 또 그럴듯하게 나를 포장하고 남들의 칭찬과 인정을 받더라도, 내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참 허기지고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그것이 진짜 내가 아닌 이상, 나의 삶도 그저 연극에 지나지 않은 것일 수 있겠으니 말이지요.


그래서 무엇보다 진짜 모습, 진짜 정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오늘 제1독서를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수송아지 상을 만들어 그것을 하느님이라 부르며 그 앞에서 절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진짜 하느님이 아닌, 자기들이 생각하는 모습으로 하느님을 만든 것이지요. 그렇듯 진짜가 아닌 것을 진짜인 양 생각하고 대할 때 우리는 우상을 만들었다, 우상숭배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비단 하느님 뿐 아니라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진짜 내가 아닌 포장된 무엇으로 나를 내세울 때 우리는 의도했건 의도치 않았건 간에 어떤 허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예컨대,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슈퍼맨이나 신심 깊은 성인의 모습을 만들고는 그 모습대로 행동하려다가 나를 힘들게 만들 수도 있겠지요. 또 반대로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엄격하고 무섭게 누군가를 대하면서, 진짜 내 마음, 내 모습을 부정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내 진짜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다보면 점점 지치고, 또 생명으로 충만한 삶이 아닌 허기진 삶을 살게 되기 마련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에 대한 증언들, 곧 요한의 증언, 예수님이 하시는 일들의 증언, 아버지의 증언, 성경의 증언, 이렇게 네 가지 증언을 통해, 그분의 참 모습을 알아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증언들이 예수님의 정체를 밝혀주는 것 뿐 아니라, 우리의 참 모습을 찾아가는 방법 또한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요한이 예수님을 증언하였듯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증언하는 내 모습이 어떠한지 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 주변의 가족, 친구, 지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귀 기울이고, 겸손하게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겠지요. 두 번째로 예수님께서 하시는 일들이 그분을 증언하듯이,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무엇을 향해 있는지 잘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내 삶을 반성하고 돌아보는 성찰을 통해 내 모습을 알아갈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로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증언하셨듯이, 하느님께서 우리를 무엇이라 부르시는지 알아들어야 합니다. 특별히 세례를 통해서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아들이요 딸로 부름 받았음을 기억하는 것은 사실 우리 정체성의 가장 근본이 되기도 합니다. 끝으로 네 번째는 성경이 예수님을 증언하듯이, 성경 안에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향해 하시는 약속의 말씀들을 되새겨보아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49,15)고 말씀하셨고, 또 예수님께서는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요한14,2)고 하시며 믿는 이들을 위해 하느님 나라에 자리를 마련하신다고 약속하셨지요. 그렇게 우리는 시종일관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과 마침내 영원한 친교를 이루게 될 사람들인 것입니다.


사순시기에 우리는 회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잘못된 것을 고쳐나가고, 좀 더 하느님께로 돌아서고자 하는 거룩한 다짐들이지요. 그런데 정말 참된 회개는 어쩌면 본래의 내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해주시는 하느님께 거추장스런 포장 없이 그대로 설 수 있는 마음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할까요? 이를 위해서 다른 사람들과의 진솔한 관계 안에서 나를 발견하려는 노력, 또 매일의 성찰을 통해 나를 보려는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각자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하느님의 자녀로 사랑받는 존재임을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증언들을 통해 그분이 진정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고 그리스도이심을 알게 되었듯이, 우리도 자신이 누구인지 참으로 발견하고, 그 모습을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함으로써, 허기짐 없이 충만한 생명의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여정을 각자가 잘 걸어갈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의 은총을 함께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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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파비올라님의 댓글

파비올라 작성일

저도 힐링영화 ...리틀...보았어요. 보는내내 소녀시절이 생각났어요. 저도 시골출신...인지라 모도심고, 감자도 캐고. 그런데 지금은 고구마를 싹을 내어 고구마를 심고 싶은데 엄두가 나지 않아요. 밭도 갈 사람을 찾아야하고, 고구마 순을 기르려고 맘도 잡았는데...어떻게 심을까 걱정이 앞서서 생각만 하고 있지요. 그렇지만 여자주인공은 ...그 차이가 무얼까 하고 영화를 본 뒤에 생각했던거 같습니다. 아마도 주인공은 자신의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본토에서 그 시작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고구마를 심으면 그 시작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불현듯해봅니다. 저도 고향으로 내려왔을때  부모님이 가꾸시는 작은 텃밭을 몇 달 따라 다녔어요. ...음 그러고 보니 이미  힐링을 한것 같습니다^^!!
신부님의 말씀을 글로 읽다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갔습니다.영화를 보고 재미는 있었지만  며칠 우울 ..이러한 차이가 영화평과 왜 다를까 생각하던 차에 신부님의 글을 읽고 '나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한동안 일이외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다가 성당을 다니면서 인연들을 만나기 시작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아마도 그것은 원하는 삶과 원했던 삶과 진짜 삶...질문도 없이 살아왔는데, 어느날 수없이 그런 질문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이 당황스러웠을지도.
 저는 다행히 하느님의 은총을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일 일에 치여 살고 있는 것은 마찬가나, 그 사이사이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생각하고 조금씩 실천할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듯 합니다. 그래서 신부님의 오늘의 말씀중 다음이 마음에 와 닿아 다시 옮겨 적어봅니다.
'예수님에 대한 증언들을 통해 그분이 진정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고 그리스도이심을 알게 되었듯이, 우리도 자신이 누구인지 참으로 발견하고, 그 모습을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함으로써, 허기짐 없이 충만한 생명의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정을 각자가 잘 걸어갈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의 은총을 함께 청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