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묵상나눔
묵상나눔

[3/5] 사순 제3주간 월요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03-04 16:02 조회68회 댓글1건

본문

<2열왕5,1-15 / 루카4,24-30>


무언가로 가득 차 있으면 새로운 것을 넣을 수 없기 마련입니다. 예컨대 짐이 한 가득 들어있는 가방에 새 짐을 넣으려면, 먼저 그 가방을 비워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이는 비단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식과 생각, 그리고 가치관이나 신념 같은 것들도, 이미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을 때, 무언가 새로운 것이 머리속에 비집고 들어오기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생각이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때는 먼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나 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 제1독서에 등장하는 나아만은 놀랍도록 그 공간을 잘 마련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독서의 첫 부분을 보면, 나아만은 임금이 아끼는 큰 인물로 소개되지요. 그런데 그 큰 인물이 힘없는 나라에서 붙잡아온 어린 여종의 말을 귀담아 듣습니다. 불치병으로만 알고 있던 나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어쩌면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도 있는 그 여종의 말을 들은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엘리사의 말을 듣지 않고 돌아서려 했다가, 그의 부하가 하는 말을 듣고는 마음을 고쳐먹기도 합니다. 둘 다 그보다 아래 사람들이었음에도 나아만은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들을 마음의 공간이 있었던 것입니다. 더 나아가 그는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주님이심을 받아들일 만큼, 자신의 신념 안에도 큰 공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나자렛 사람들은 그 안에 빈 틈새마저 없는 듯합니다. 어려서부터 예수를 잘 알고 있었다는 자신감이 조금이나마 있던 틈마저 꽉 채워버렸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결국 선입견과 편견으로 가득차서, 한 발자국도 양보할 수 없이 완고해져 버린 것이지요. 복음 마지막을 보면, “그들이 들고 일어나 예수님을 고을 밖으로 내몰았다.”(루카4,29)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예수님을 받아들일 공간이 없어 밖으로 밀쳐내 버리는 그들 마음을 보여준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니까 그 마을에도, 또 그들 마음에도 예수님의 자리는 없었던 것이지요.


어디선가 읽은 글인데, 제주도 돌담은 여간한 태풍에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는 꽉 채워서 담을 쌓지 않고, 돌과 돌 사이에 틈새를 많이 만들어서 그 사이로 바람이 왔다 갔다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에도 그런 틈과 공간이 많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 하느님께서 머무실 수 있는 자리, 또 성령께서 자유로이 지나실 수 있는 개방의 틈새 말이지요. 그 틈새를 통해서 사람들이 위안을 얻고, 또 하느님께서 우리 가운데 일하실 것입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파비올라님의 댓글

파비올라 작성일

비밀글 댓글내용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