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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사순 제2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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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03-02 23:09 조회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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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7,14-15.18-20 / 루카15,1-3.11-32)


독서와 복음을 묵상하면서, 오늘 말씀이 사순시기를 보내는 우리들에게 참 선물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잘 알듯이, 사순 시기는 하느님께로 회개하도록 초대받는 특별한 은총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회개함으로써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것처럼, 우리들도 새롭게 변화하는 작은 부활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오늘 복음은 그러한 우리의 회개를 누구보다도 하느님께서 크게 기뻐하고 반기신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어떤 잘못을 했는지, 어떤 나약함이 있는지 개의치 않으시고, 마치 돌아온 아들을 껴안고 입을 맞추는 아버지처럼, 하느님께서는 회개하는 우리들을 품어주신다는 것이지요.


누군가 회개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기를, 그것은 죄를 짓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죄 지은 게 없으면 회개할 것도 없을 테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회개를 이처럼 죄와 관련해서만 보다보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회개를 이해하게 되는 것도 같습니다. 그러니까, 저지른 죄를 통회하고 아파하고 보속하는 차원에서의 회개, 곧 잘못을 바로잡는 것으로서의 회개만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회개는 잘못을 바로잡는 것만이 아닌 변화를 의미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예전의 모습으로부터 좀 더 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으로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회개의 다른 이름은 거룩하게 변화되는 ‘성화’이고, 또한 죽음에서 일어서는 ‘부활’입니다. 사실 오늘 복음에서 볼 수 있듯이, 아버지는 잃었던 아들이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아들다운 모습으로 그 품위를 높여 줍니다. 그리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아들을 위해 잔치를 벌이자고 이야기하지요.


뿐만 아니라 회개하고 받아들여지는 이 순간은 아버지와의 아름다운 추억이 됩니다. 복음에 명시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확신컨대 아버지와 작은 아들은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순간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아마도 이 순간 때문에 작은 아들이 이후에 다시 집을 나가려다가도 마음을 돌리게 될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또한 이러한 추억들이 하나 둘 씩 쌓여가면서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사랑과 신뢰는 깊어지고, 둘은 점차 더 친밀한 관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분명 죄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회개를 통해 둘 사이의 간격이 좁혀지게 된 것이지요.


이렇듯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회개를 통해서 맺히는 열매는 성화와 부활, 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입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 신앙의 신비라고 생각합니다. 잘못과 나약함을 인정하고 하느님께 돌아서서 은총을 구할 때, 그 잘못과 나약함 때문에, 오히려 변화와 부활을 체험하고, 하느님의 자비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게 되니 말입니다. 누군가 이야기하듯, 우리는 죄를 지어 죄인이 아니라, 죄인이기에 죄를 짓게 마련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죽을 때까지 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듯합니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른 후 어떤 열매가 맺힐는지는 우리 회개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인상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는, 작은 아들이 돼지가 먹는 열매 꼬투리로 배를 채우다가 제정신이 들어, “일어나 아버지께” 가는 순간입니다. 이 순간 이후로 아버지와 아들의 거리는 좁혀지기 시작하지요. 그래서 저는 이 장면이 바로 회개의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우리 안에서 발견되는 잘못과 나약함들을 인식하고, 거기서 “일어나 아버지께” 더 가까이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회개를 통해, 우리가 그리스도를 닮은 모습으로 변화되고, 부활의 삶을 체험하며, 하느님과 보다 일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도 크게 기뻐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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