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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나눔

[4/11] 사순 제5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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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9-04-10 20:36 조회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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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17,3-9 / 요한8,51-59>


혼인할 때 당사자들은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할 때나 아플 때나, 일생 신의를 지키며,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할 것을 약속합니다”라고 서약합니다. 그 서약문을 읽을 때의 진의를 의심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 서약을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평생 지킬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그렇게 계약을 맺습니다.


우리 수도자들도 마찬가지이지요. 우리는 가난과 정결, 순명의 삶을 통해서 복음적인 삶을 살겠다고 서원합니다. 그리고 그 서원할 때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고 진실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그 서원의 삶을 충실히 살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니, 처음 서원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감히 기대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느님 앞에서 약속하고, 계약을 맺습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계약은, 쌍방이 실리를 추구하기 위해서 약속을 하고, 만일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면 파기하는 법률적 의미의 계약입니다. 만일 혼인이나 수도 생활이 이러한 계약이었다면, 아마 얼마 못 가서 모든 이들이 계약을 파기하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혼인이나 수도 생활은 이와 다릅니다. 무엇보다 변덕스러운 인간의 마음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에 기대어 유지되는 계약이지요. 또 쌍방의 실리가 목적이 아니라, 친교를 맺고 그 대상을 깊이 알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우리가 약속하는 서약이나 서원은, 이미 약속한 것이지만 아직 완성되지는 않은, 그래서 평생에 걸쳐 노력하여 다다르기로 마음먹은 목적지, 곧 사랑의 완성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맺으신 계약도 그런 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이스라엘 민족은 변덕스럽게도 수없이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거스르고, 잘못된 길로 들어서곤 했지요. 하지만 그때마다 하느님께서는 예언자들을 보내시어 당신과 맺은 계약을 기억하게 하십니다. 그들의 첫 마음과 최종 목적지를 기억하게 하시고, 자비로이 그들을 다시 모아들이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야기하시듯, 이스라엘이 하느님을 더 깊이 알도록, 하느님과 사랑의 친교를 나누도록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있어서 하느님과의 계약은, 어쩌면 처벌의 근거가 아니라, 길을 찾게 하는 나침반과 같았던 것이지요.


부부들이나 우리 수도자들이나 종종 처음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잘못된 길로 들어서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더 서약과 서원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왜냐면 이것이 단죄나 처벌의 근거가 아니라, 첫 마음과 우리의 지향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이지요. 특별히 아브라함의 계약을 읽고 묵상하는 오늘, 우리가 하느님 앞에서 고백했던 첫 마음을 되새겨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때 지향했던 목표를 되새기며, 우리가 더 깊이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기로 다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참으로 그럴 수 있도록 이 시간 필요한 은총을 청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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