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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사순 제5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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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9-04-08 16:51 조회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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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21,4-9 / 요한8,21-30>


제 몸에는 어려서 생긴 흉터들이 군데군데 참 많습니다. 유리병이 깨지면서 손에 남게 된 흉터 자국도 있고, 또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생긴 흉터도 무릎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수두를 앓으면서 생긴 흉터도 있고, 작은 수술 자국도 있습니다. 그런 흉터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서부터 많이 깨지고 다친 순간들이 있었다는 이야기이겠지요. 그래서 흉터는 기본적으로 별로 유쾌하지 않은 예전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해줍니다.


그런가 하면, 이 흉터들은 이와는 다른 것을 말해주기도 하지요. 그것은 바로 그 아픔으로부터 내가 치유되고 회복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다지 아름답지 않고, 더욱이 내가 아팠던 사건의 흔적인 그 흉터들이, 한편으로는 치유되었다는 기억의 표징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오래된 흉터를 보다 보면, 아픈 기억 못지않게 감사한 마음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불 뱀에 물린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리 뱀을 통해 구해주십니다. 뱀에게 물려 죽음의 문턱에까지 이르게 되었던 이들이, 이제 뱀을 통해 회복된 것입니다. 죽음의 상징과도 같았던 뱀의 형상이 이제 치유와 생명의 표징이 된 것이지요. 이는 마치 상처를 떠올리게 했던 흉터가, 어느 순간 치유의 기억으로 다시 자리매김이 된 것처럼, 내 삶의 어두운 단면들이 주님 안에서 새롭게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묵상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역시 죽음과 단죄의 상징이었던 십자가는, 예수님께서 마치 구리 뱀처럼 매달려 들어 올려지신 뒤에, 용서와 사랑의 상징이 됩니다. 인류의 모든 죄를 안고 십자가에 매달리신 분 안에서, 우리는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나의 죄를 보게 되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그분 안에서 죄에 대한 기억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다시 채색되고, 나약한 내 모습은 오히려 그 안에서 강하게 활동하시는 성령을 기다리는 자리로 변화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께 “당신이 누구요?”(요한8,25)라고 물어봅니다. 그리고 들어 올려지시는 그분께서는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이렇게 답을 하시는 것이지요. 당신은 모든 것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이라고, 그리고 죽음을 생명으로, 고통의 기억을 감사의 기도로, 또 죄의 기억마저 용서와 자비의 체험으로 변화시키는 이라고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당신의 십자가와 부활로 모든 것을 새롭게 창조하시는 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렇게 창조하시고 구원하시는 우리 주님을 바라보며, 그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더 깊이 체험할 수 있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사순의 은총이 우리에게 주어지기를 마음 모아 청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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