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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나눔

[3/5] 연중 제8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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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9-03-04 14:36 조회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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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35,1-15 / 마르10,28-31>


산티아고 순례길을 갈 때 짐을 간소하게 싸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대개 체중의 10분의 1 이하로 준비하라고 하는데, 제 경우에는 체중이 70kg이 조금 넘으니까 7kg 정도로 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내가 가진 것들의 우선순위를 고민하게 되고, 필요치 않은 것을 정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짐을 싸는 그 순간부터 이미 순례의 여정이 시작된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요. 이는 800km에 달하는 여정을 다 걷는 것이 중요함을 모든 순례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른 이들이 영원한 상급을 받게 되리라는 약속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은 어제 복음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제 부자 청년은 계명을 충실히 지켰지만, 가지고 있던 많은 재물을 포기할 수 없어서 예수님을 따르지 못했지요. 이를 통해서 우리는 그 청년이 계명에 충실했던 것이 현세의 복을 누리기 위한 것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 구약의 계명들은 현세의 복을 약속한 것이 많았습니다. 예컨대, 부모를 공경하는 이들에게 하느님께서는 땅을 약속하신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탈출20,12) 그래서 부자 청년을 비롯한 많이 사람들은 어쩌면 내세의 상급보다도 현세의 복을 더 기대하며 계명을 지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마디로 하늘이 아닌 땅에 더 마음을 두고, 자신들의 시선이 현세의 복에 머물도록 했다는 것이지요.


반면, 오늘 예수님께서는 땅을 향해 있던 시선을 이제 하늘로 들어올려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부모, 자녀, 토지에 머물렀던 시선을 이제 내세의 복으로 옮겨야 한다는 말씀이지요. 물론 현세의 복이 나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여정길에서 만나는 모든 아름다움과 소중한 인연들, 그리고 모든 현세의 복은 분명 하느님의 축복이고, 우리가 감사해야 하는 대상들입니다.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자들이 그 여정의 끝을 향해 충실히 걸어가야 하는 것처럼, 우리도 이 신앙의 여정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여 현세의 복이 목적지를 가리거나 여정을 방해할 때, 그것을 과감하게 지나쳐갈 수 있는 지혜 역시 필요하겠습니다. 이 지혜가 바로 중요한 한 가지를 식별하는 영적인 감각인 것이겠지요.


우리의 신앙은 현세의 복을 포기하고 고통과 희생만을 선택하는 자기 학대가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더 좋은 것, 더 아름답고 영원한 것을 희망하며 하늘의 복을 향해 가는 복된 여정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은 그렇게 우리가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라고 초대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우리가 가고 있는 궁극적인 방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말이지요. 특별히 오늘은 긴 사순 여정을 준비하는 연중시기의 마지막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 내 삶의 우선순위를 살펴보면서 앞으로의 긴 여정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또한, 우리 마음과 눈이 땅에만 머물지 않고, 늘 궁극적인 목적지를 향해 있을 수 있도록 필요한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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