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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나눔

[2/7] 연중 제4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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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9-02-06 23:17 조회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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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12,18-19.21-24 / 마르6,7-13>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파견하시는 오늘 복음을 묵상하기에 앞서, 복음 말씀의 앞뒤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어제 복음이기도 했던 오늘 복음의 앞부분은, 예수님께서 가까운 고향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 이어 내일 듣게 될 말씀은 세례자 요한의 순교 이야기이지요. 이 두 이야기 가운데 제자들의 파견 이야기가 위치한 것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사람들의 무시와 박해 가운데 이들이 파견되었다는 사실이 강조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사실, 오늘 복음만 보더라도, 사람들이 파견된 제자들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그 말을 귀담아듣지 않을 수 있음을 예수님께서는 이미 예고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파견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몇 가지 당부를 건네십니다. 그 첫 번째는 혼자서 모든 일을 하려 하지 말고, 동행하는 다른 제자와 서로 협력하라는 말씀이십니다. 이는 교만을 내려놓고 겸손한 마음을 지니라는 초대로 듣게 됩니다. 두 번째로 예수님께서는 최소한의 필요한 것만을 가져가고, 그 밖의 것은 챙기지 말라고 하십니다. 가난함 가운데 하느님의 섭리를 더 깊이 끌어안으라는 초대라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옷을 두 벌 껴입지 말라고 하시는데, 이는 한편으로는 이중적으로 처신하지 말라는 말씀으로 듣게 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자기를 너무 감추지 말고 투명해지라는 초대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결국, 꾸미지 말고 단순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라는 말씀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가 하면, 여러 집에 머물지 말고 한 집에 머물라고도 하시지요. 이는 더 좋은 환경을 찾아 돌아다니지 말고, 주어진 것에 만족해야 함을 강조하시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그런 것 같습니다. 부족한 듯 준비된 상태에서 더 간절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기 마련이고, 내 힘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할 때에 비로소 마음을 비우고 주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더 기도하게 됨을 체험하게 됩니다. 내 힘이 많이 들어가면 그만큼 하느님의 자리가 좁아지고, 내가 나를 많이 비우면 비울수록 그만큼 하느님의 자리가 더 넓어진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세례자 요한은 자신은 더 작아져야 하고, 주님께서는 더 커지셔야 한다고 했고,(요한3,30) 바오로 사도 역시 코린토1서에서 자신의 복음 선포가 하느님의 힘으로 드러나도록, 인간적으로 지혜롭고 설득력 있는 언변을 사용하려 하지 않았다고 했던 것이겠지요.(1코린2,5)


우리가 복음을 선포할 때에도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을 자주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논리와는 결이 다른 이야기를 선포하다 보니,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형태의 무시와 박해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그럴수록 더 겸손해지라고, 가난해지라고, 투명하고 단순해지라고, 또 주어진 것에 만족하라고 다그칩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지혜롭고 설득력 있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복음의 놀라운 힘이 드러나고, 주님께서 더욱 커지실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설을 보내고 다시금 새 마음을 다잡는 이때, 복음의 능력과 십자가의 어리석음이 주는 희망을 우리 안에 되새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복음을 선포하는 것도 사실 우리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커지신 그분이셔야 함을 기억하면서, 기꺼이 작아질 수 있는 용기와 은총을 이 시간 함께 청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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