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커뮤니티 > 묵상나눔
묵상나눔

[1/6] 주님 공현 대축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9-01-05 20:49 조회23회 댓글0건

본문

<이사60,1-6 / 에페3,2.3ㄴ.5-6 / 마태2,1-12>


2019년 주일미사로 처음 봉헌하는 이 미사는 주님공현대축일 미사입니다. 아시다시피 ‘공현’이라는 말은 주님께서 당신을 공적으로 드러내신다는 뜻이지요. 물론 예수님의 공생활 자체가 모두 주님의 공적인 드러내심이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교회는 특별히 성경에 나오는 세 가지 사건을 주님 공현의 중요한 순간들로 기억하는데, 그 첫 번째가 오늘 동방박사의 경배 사건이고, 두 번째는 예수님의 세례사건,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카나 혼인잔치에서의 기적 사건입니다. 이 세 사건은 모두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그리스도시라는 것을 세상에 공적으로 선포한 사건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오늘 동방박사의 방문 사건을 살펴보다 보면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동방의 먼 나라에서 본 큰 별을 따라 박사들이 왔다고 하는데, 정작 베들레헴과 온 예루살렘에 살던 이들은 그 별을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지요. 사실, 교회의 많은 영성가들은 동방박사 세 사람이 각기 다른 인종과 연령대를 상징한다고 묵상하곤 합니다. 이렇게 볼 때 주님께서는 온 인류가 누구나 다 볼 수 있도록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셨다는 것인데, 헤로데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이를 전혀 몰랐던 것입니다. 말 그대로 오늘 제1독서가 이야기하듯, 빛이 떠올라 온 세상을 비추었는데 이들은 그 빛을 보지 못했던 것이지요.


아마 예전에 이런 경험이 있으셨을 거라 생각되는데, 요즘 텔레비전은 그러지 않지만, 옛날에는 텔레비전이 안 나오면 이리저리 안테나 방향을 바꾸어서 화면이 잘 나오도록 했었습니다. 텔레비전에 붙어있는 실내 안테나를 움직이기도 하고, 또 지붕에 안테나를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하면서 텔레비전에 그 신호가 잘 잡히도록 했었지요. 특히 올림픽 결승전이나 다른 중요한 프로그램을 보기 전에는 미리 안테나를 손보고 잘 나오는 걸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텔레비전을 보았던 기억도 납니다. 모든 텔레비전에 똑같은 전파가 오더라도 그것을 잘 수신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주님을 가리키는 별을 보기 위해서도 그러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마치 안테나를 이리저리 돌려 선명한 화면을 보려 했던 것처럼, 우리도 하느님을 잘 알아보고, 그분을 만나기 위해서 우리의 안테나를 하느님께로 잘 방향 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방송이 준비되어 있다 하더라도, 안테나 방향이 틀어져 있으면 그 방송을 볼 수 없듯이, 우리의 안테나도 하느님께 향해 있지 않으면, 우리 앞에 계신 하느님을 올바로 찾아가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하느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시편 저자가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시편119,105)라고 노래했듯이,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따르는 이들은 마치 동방박사들처럼 그 빛을 따라서 올바로 주님께 향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빛이며 또한 길 안내자이기도 하지요. 그 안내에 따를 때 우리는 방향을 잃어버리지 않고 주님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아울러 자주 하느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시편 42장을 보면,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이토록 그리워합니다.”(시편42,2)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그리워하면, 그것이 내 마음에 그려지고, 마침내 그것을 닮아간다고 하지요. 그러니 평소에 무엇을 내가 그리워하며 사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꿈일 수도 있겠고, 어쩌면 권력이나 재물, 구체적으로 로또 대박을 마음에 계속 그리고 있을는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미움과 증오를 계속 마음으로 되새기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 온갖 그림들이 다 있는 것이 당연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하느님을 더 자주 마음속에 그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그 마음속 그림을 보고 그분께 가는 길을 잃어버리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끝으로 오늘 하느님께서 공현을 통해 당신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여주신 것처럼, 우리도 그분의 모습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그리스도인이란 그리스도처럼 살아가는 이들이지요. 그러기에 우리의 삶은 사실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작은 '공현'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단지 주님의 공현을 기쁘게 바라보는 것을 넘어, 이제 그 신비를 우리 삶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큰 별을 따라 예수님을 만난 동방박사의 이야기가 새해 첫 주일 복음인 것이 참 감사합니다. 왜냐면 우리 역시 빛을 따라 주님께로 향하는 올해의 여정을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빛이신 주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또 자주 주님을 마음속에 그리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이 여정길을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때 우리도 동방박사들처럼 주님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겠지요. 아울러, 우리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우리도 올 한해 삶으로 드러냄으로써, 하느님께서 나의 말과 행동을 통해 다시금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올 한해 주님께로 향하는 이 여정을 기쁘게 걸어가실 수 있기를 바라며, 필요한 은총을 함께 청하도록 합시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