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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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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12-31 14:15 조회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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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6,22-27 / 갈라4,4-7 / 루카2,16-21>


작년에도 그랬지만 새해 첫 미사를 봉헌하는 마음은 늘 특별한 것 같습니다. 공책을 새로 사서 첫 장에 글씨를 쓸 때의 마음이라고나 할까요? 최대한 정성스럽게 하나 하나 깨끗하게 써내려가고 싶은 마음 말입니다. 비단 미사만이 아니지요. 늘 하던 당연한 일들도 새로운 마음으로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또 식사를 하고, 가족과 눈을 마주하고 인사를 건네는 등,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상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익숙하게 하던 말과 행동들이 사실 얼마나 특별한 몸짓일 수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이렇듯 작은 것들의 특별함을 깨닫고 매 순간을 소중하게 보낼 때, 결국 올 한해 전체가 보다 풍요로워지고 귀한 시간이 되는 것이겠지요. 새로운 눈으로 일상을 바라볼 수 있는 것. 어쩌면 이것이 새해 첫날 받는 가장 큰 은총이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아울러 새해를 시작하며 봉헌하는 오늘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에서 듣는 말씀도 우리에게 큰 선물로 느껴집니다. 왜냐면 각각의 독서가 올 한 해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바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먼저 제1독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복을 일깨워줍니다. “주님께서 복을 내리시고, 지켜주시리라. 주님께서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은혜와 평화를 베푸시리라.”(민수6,22-27) 흔히 새해에 우리는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를 건넵니다. 이 축복의 인사는 사실 모든 복의 근원이신 하느님께서 늘 함께 하시기를 빈다는 기도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축복하고, 거기에 “또한 당신과 함께”라고 축복으로 답하는 인사인 것이지요.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오늘 제1독서에서 보듯이, 그렇게 우리가 기도할 때마다 기꺼이 복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그러니 올 한해 끊임없이 하느님께 복을 청해 받고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이렇게 복을 받는 우리는 세상을 다시 축복하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식당에서 팁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이지요. 언젠가 어떤 미국 글라렛 신부님과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식사 후에 지나치게 많다 싶을 정도의 팁을 주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신부님이 받는 용돈도 제가 뻔히 알기에 왜 그리 많이 주셨는지를 물었더니, 그 신부님 말씀이 이렇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자비로우신데, 나도 자비로워야지.”라고 말이지요.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어서, 가끔 저도 그 신부님의 말을 혼자서 되뇌어 보곤 하는데, 새해 첫날 우리도 이렇게 이야기해보면 어떨가 싶습니다. 하느님께서 복을 주시는데, 나도 축복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사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세상을 축복하는 사람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아브라함이 그랬던 것처럼 세상의 복이 되는 것이지요. 축복의 인사와 기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 때문에 주변 사람이 좀 더 행복해지고, 나 때문에 이 세상 살 맛 난다고 이야기하고, 또 고달픈 삶 가운데 당신 같은 사람이 있으니 그래도 이 세상 살만한 곳이고 희망이 있다고 이야기할 때, 그 때 우리는 세상의 복이 됩니다. 그렇게 우리가 복을 받고, 또 복이 되는 한 해를 살았으면 합니다.


그런가 하면 오늘 제2독서는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기억하라고 일깨워줍니다. 성령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지요. 그런데 이것을 잠시라도 깊이 묵상해보면 엄청난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전능하신 하느님,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하느님 섭리 안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안정감을 주고, 또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일어설 수 있는 힘과 희망을 갖게 해줍니다. 성경 안에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씀이 총 365번 나온다고 하지요. 이는 우리가 하느님 안에 있음을 매일 기억하고 두려움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라는 초대일 것입니다.


지난 11월에 저는 보름 정도 로마에 모임을 다녀왔습니다. 그 중 반나절은 ‘수요 일반 알현’이라고 해서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교황님의 짧은 강의를 듣는 프로그램에 참석하기도 했지요. 교황님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흥분되기도 하고 의미있는 기회였지만, 추운날 몇 시간을 밖에서 기다리고, 보안 검색을 몇 차례 통과하고, 또 프로그램 중에는 여러 나라 말로 재차 통역이 되는 등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말로 통역이 반복되던 그 시간에, 정말 아무렇지 않게 어린 아이 하나가 단상에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교황님과 추기경님들 사이를 막 뛰어다니기도 하고, 엄숙하게 서 있는 스위스 근위병의 옷과 창을 잡아 당기기도 하는 등, 너무나 ‘해맑게’ 단상에서 뛰어 놀았지요. 놀란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데려가려고 조심스레 단상에 올라갔는데,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뛰어나녔습니다. 내버려두라는 교황님 말씀에 엄마는 내려가고 아이는 이후에도 한참을 더 놀다가 내려갔습니다. 아이가 내려간 뒤에 교황님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아이가 금방 저로 하여금, 나는 하느님 앞에서 이토록 자유로울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 때문에 웃던 청중들이 한순간 조용해졌지요. 이 아이를 떠올려보면서 나는 진정 하느님 앞에서 아무런 두려움없이 자유로운 자녀인가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복음은 우리로 하여금 예수님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목자들은 천사의 알림을 듣고 곧장 베들레헴으로 가서 아기 예수님을 찾지요. 우리도 여러 상황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천사의 알림을 듣고, 그 알림에 따라 예수님을 찾아 나설 수 있습니다. 예컨대, 건강에 이상 신호를 알림으로 들었다면, 운동을 하고 식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이 바로 예수님을 찾아가는 노력일 것입니다. 또,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비슷한 문제가 반복해서 일어난다면, 타인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어 보는 것이 그 알림에 응답하여 예수님을 찾는 노력이 되는 것이지요. 또 우울하고 힘이 빠지는 체험을 계속 한다면, 가슴 벅찬 일을 찾아 다시 꿈을 꾸는 것이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는 예수님을 찾아나서는 길입니다. 특별히 새해 첫날인 오늘, 작년에 어떤 알림들을 들었는지 떠올려보고, 올 한해 그 알림에 따라 우리도 아기 예수님을 찾아가기로 결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우리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에 따라 올 한해 생명이신 주님을 잘 찾아가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첫 미사를 주님께 봉헌하는 이 은총의 시간, 주님께 받은 수많은 복에 감사하면서 나도 세상을 축복하며 살기로 다짐했으면 합니다. 또 하느님의 자녀로서 두려움 없이 맡은 소명을 살아 가기로, 또 천사의 알림에 응답하여 예수님을 찾아가는 여정을 살아가기로 다짐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새해 결심들도 있으시겠지요? 이 미사 중에 올 한해를 주님 손에 다시 맡겨드리면서, 우리의 그 결심들도 주님께서 축복해주시도록 청했으면 좋겠습니다. 2019년 이 새로운 여정에서 만나는 모든 순간들을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특별하고 풍요롭게 만들어가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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