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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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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02-15 09:46 조회108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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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11,26 / 루카9,22-25>


사람들에게 생명과 죽음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고 싶은지 물어본다면 아마도 예외 없이 생명을 택할 것입니다. 또 행복과 불행 가운데 선택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아무런 고민 없이 행복을 선택하겠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 생명과 죽음,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는 모세의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어쩌면 어렵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반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선택하라고 하시는 말씀은 훨씬 도전적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하시니 말입니다. 사실, 이 말씀은 모세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처럼 들리기까지 합니다. 왜냐하면 사형틀로 쓰이는 십자가는 행복과 생명보다는, 오히려 고통과 죽음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 십자가에는 고통과 죽음 이상의 다른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재밌는 게, 십자가를 영어로 cross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 cross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십자가 이외에 건너가다라는 의미도 있음을 알게 됩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이 cross라는 단어가 십자가의 또 다른 의미를 우리에게 잘 알려주지 않나 묵상해봅니다. 왜냐면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십자가를 통해서 모든 피조물들이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도록 해 주셨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볼 때, 십자가는 하나의 종착지가 아니라, 생명으로 건너가게 해주는 통로가 된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는 말씀 역시, 나에게 주어진 어떤 힘든 상황, 혹은 나를 힘겹게 만드는 사람을 단지 버텨내라는 정적인 의미로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건너감을 통한 동적인 변형의 과정으로 보여집니다. 사실 우리는 날마다 건너감을 택할 수 있습니다. 불평불만은 받아들임과 감사로 건너갈 수 있고, 미움은 사랑으로, 질투는 형제애로, 분노는 용서와 화해로, 교만은 겸손으로 건너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전의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새로운 나로 건너감으로써, 마침내 우리는 결정적인 건너감, 곧 파스카 부활을 맞이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십자가는 버티기 위해서가 아니라, 참 생명으로, 그리고 부활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우리가 날마다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라가는 참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어제 함께 머리에 재를 얹고 사순시기를 시작했습니다. 이 은총의 시간동안 보다 완전한 나로, 하느님께서 처음부터 계획하셨던 그 모습으로, 내가 건너가고 변형되기 위해 결심하고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다른 형제자매들도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서 각자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있음을 기억하며, 서로를 위해 기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이 여정 중에 서로의 지지와 기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함께 기도하며 이 거룩한 시기를 잘 보내기로 다짐하면서, 이에 필요한 은총을 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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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파비올라님의 댓글

파비올라 작성일

이글을 읽고 나니 십자가에 의미가 새롭게 느껴집니다. 사실 기존에는 엄숙하고 희생적인 의미가 더 많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종교에 입문한지 얼마되지 않는 저에게는 사순시기를 이 글을 통해 알게 되어 새로은 생각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번 명절에는  일마무리를 해야해서  조급했는데요, 그 마음을 잠시 되돌아 보며 기도를 해 갈 수 있는것 같습니다. 더불어  어제부터 한국의 전통세시인 설날연휴가 시작되었는데요, 이날또한 여러가지 의미를 전하고 있는 점에서 이 두 시기가 같이 시작되었는데요( 종교와 전통은 차이가 있지만  )무릇 뜻 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