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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대림 제2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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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12-11 15:16 조회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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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40,25-31 / 마태11,28-30>


교황님께서는 복음의 기쁨을 살라고 하시는데, 기쁨을 느끼기에는 너무 피곤하고 힘든 날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온종일 바쁘다, 힘들다 하는 투덜거림이 입 주변을 맴도는 날도 있지요. 또 함께 살거나 함께 일하는 형제자매들이 늘 사랑스럽게 보이기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럴 때면 우리의 이 삶이 큰 십자가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수도생활은 온통 희생과 보속으로만 가득 찬 삶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스갯소리처럼, 편하게 살려고 수도원에 들어온 건 아니지라고 혼자 되뇌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 삶이 그저 힘든 삶으로만 느껴진다면, 그 역시 하느님의 뜻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말이 있지요. 램프에 불을 켤 때는 불이 심지를 태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불을 켜면 그 불이 심지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겠습니다. 하지만 진짜로 불이 붙어 있는 것은 심지가 아니라, 그 심지를 통해 공급되는 기름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만일 기름 없는 램프에 불을 붙이려 한다면, 처음에야 불이 붙겠지만 아마 채 1분도 되지 않아 그 심지는 완전히 타버리고 말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우리의 신앙 여정도 이와 같다고 생각됩니다. 세상의 빛이 되겠다고 불을 밝힐 때 우리는 심지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때 적절하게 기름이 공급되지 않으면 당장에는 빛을 낼지 모르지만, 오래지 않아 타버리고 말 것입니다. 말 그대로 ‘번 아웃’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마치 램프의 심지가 기름을 태워 계속 불을 밝히는 것처럼, 우리도 나 자신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통해 성령께서 일하시도록 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 같습니다. 달리 말하면 새로운 힘의 원천이신 분으로부터 늘 힘을 얻어 회복되고 그 힘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고생하고 무거운 짐을 진 우리에게 안식을 주겠다고 하시는(마태11,28)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수도생활을 하는 우리들, 그리고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이신 분께서 우리에게 당신의 생명을 나누어 주겠다고 하시니 말입니다. 아마도 우리 삶은 그렇게 다른 무언가가 아닌 하느님께로부터 생명을 얻어 누리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주님께 새 힘을 얻어 독수리처럼 날개 쳐 올라가며, 뛰어도 지칠 줄 모르고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르는(이사40,31)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 말입니다.


끝으로 한 가지 덧붙여 나누고 싶은 것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나 이외에 다른 사람들도 태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누구도 ‘번 아웃’되지 않으면서 불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사실, 뛰어도 지칠 줄 모르는 사람과 함께 뛰기란 쉽지 않을 때가 많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여기에는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우리가 주님 안에서 힘을 얻어 나는 물론이고 나 외에 그 누구도 태우지 않으면서 불타는 이들, 말하자면 탈출기의 불타는 떨기나무처럼 불타오르는 사람들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주님 안에서 안식을 얻는 지혜, 그리고 사람들을 배려할 수 있는 지혜를 주님께 청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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