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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나눔

[11/7]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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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11-06 12:30 조회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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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2,12-18 / 루카14,25-33>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또 수시를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이미 원서를 접수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기도 하지요. 다들 자신이 원하는 대학이 제시하는 요구를 충족시켜서 거기 합격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 대학 학생이 되기 위한 자격 요건을 만족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마치 대학이 수험생들에게 모집 요강을 제시하는 것처럼, 제자가 되기 위한 자격 요건을 제시하시는 예수님을 보게 됩니다. 첫째 요건은 부모, 가족, 그리고 자기 목숨마저 미워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미워한다는 의미로 쓰인 'miseo'라는 동사에는 본래 '덜 사랑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이 말씀은 실제로 미워하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인간적인 관계도 주님과의 관계보다 우선시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나를 따라라”라는 예수님의 초대에 야고보와 요한은 아버지와 배를 버렸고, 세리 마태오도 일하던 자리를 떠나 곧바로 예수님을 따랐지요. 그러니 이 첫 번째 조건은 하느님을 첫 자리에 두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 요건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것입니다. 흔히 우리는 십자가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내게 주어진 몫으로 받아들이고 감당할 때, 또 당장에는 죽을 만큼 아프고 고통스럽더라도 마침내 열매를 보리라는 희망을 간직할 때 우리는 그것을 십자가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십자가 뒤에 부활의 기쁨이 있음을 믿음으로 고백하지요.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이상적인 삶은, 아무런 어려움 없는 삶이 아니라 십자가를 기꺼이 받아안고 희망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삶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아니라, 하느님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나로부터 하느님께로 중심을 옮겨가는 것이 제자가 되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이라는 것이지요.


세 번째는 자기 소유를 다 버리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새로운 것을 손에 쥐려면 이전에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아야만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하늘의 시민이 되려면, 마땅히 지상에서 소유하던 것을 내려놓아야 하겠지요. 이때 소유가 물질적인 것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상의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이 우리가 더 버려야 하는 소유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그 빈 자리에 우리가 채워야 할 것은 하늘의 시민으로서 합당한 복음적인 생활방식이겠지요.


특별히 우리는 지금 위령성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우리는 돌아가신 영혼들을 기억하고 기도하기도 하지만, 또 동시에 죽음을 깊이 묵상하며 지금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다짐하기도 합니다. 사실,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지요. 이 삶이 끝날 때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볼 대상은 어떤 물질적인 것이나 사람들이 아닌 하느님이심을 일깨워주고, 또 언젠가 우리도 예수님의 죽음에 직접 동참하게 될 것을 기억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지상에서 소유하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천상의 삶으로 넘어가게 될 것을 우리는 죽음을 통해 분명히 알게 됩니다. 이는 오늘 복음에서 이야기하는 제자가 되기 위한 요건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최우선에 두고, 내 십자가를 지고, 현세의 것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는 것. 이를 통해 우리는 그분의 제자가 되고, 또 앞으로의 죽음과 부활을 지금부터 준비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그분의 제자가 되는 이 길을 충실히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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