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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재의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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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카엘 수사 작성일18-02-13 23:17 조회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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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엘2,12-18 / 2코린5,20-6,2 / 마태6,1-6.16-18>


오늘은 사순절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입니다. 이 날 교회는 미사 중에 재를 머리에 얹으며 우리가 흙에서 왔고, 다시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합니다. 또 우리의 목숨이 오직 하느님께 달려 있음을 기억하고, 참회와 회개의 삶을 살 것을 결심하게 됩니다. 사실 재라는 것이 바람 불면 훅 날아가고, 아무 짝에도 쓸모없고 지저분한 존재로 생각되곤 하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창세기의 말씀을 보면, 우리도 바로 그러한 존재들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숨을 불어넣으시기 전까지 말이지요. 창세기 2장을 보면,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먼지로 빚으시고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셨다고 합니다. 정말 소중한 것은 그것이 사라져봐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고 하지요. 오늘 우리가 얹게 되는 재는, 우리 안에서 하느님의 숨결이 사라졌을 때 우리가 어떤 모습을 갖게 되는지 보여줌으로써, 그 숨결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분께 전적으로 의지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가 참 생명을 누리고 살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오늘 복음은 이렇듯 하느님께 의지하고 그분의 숨결을 간직하기 위한 세 가지 길을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자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랑하지 말고 몰래 자선을 베풀라고, 가진 것을 나누라고 하시지요. 사실 그 나눔의 시작은 하느님이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숨을, 당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나누어주셨습니다. 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평화를 빌어주시며 하셨던 것도 바로 숨을 나누어주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숨결은 우리로 하여금 가진 것을 나누도록 초대합니다. 사실 숨이란 게 그렇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숨을 나누고 있지요. 누군가 내쉰 숨을 내가 들이마시고, 또 내가 내쉰 숨은 누군가가 들이마십니다. 그렇게 나누면서, 하나의 숨이 우리를 관통하고 하나로 묶어줍니다. 그래서 남몰래 자선을 베풀라는 말씀은 하느님께서 그러하셨듯이 우리도 기꺼이, 그리고 당연하게 나누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두 번째로 예수님께서는 골방에 들어가 아버지께 기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우리는 잘 살고 싶습니다. 미워하기보다는 사랑하고 싶고, 복수하기보다는 용서하고 싶습니다. 문제는 그게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하느님의 은총을 기도로 청해야 합니다. 또 기도하는 가운데 내 마음이 자연스럽게 주님 마음을 닮아가도록 내 마음을 봉헌해드려야 합니다. 보통 사랑하면 닮아간다고 이야기하지요. 골방에서 하느님과 대화하며 더 많이 사랑을 나누고, 닮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는 단식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남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단식하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왜 단식을 하지요? 전통적으로 교회는 단식을 통해서 참회와 보속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 뉘우치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바로 단식의 목적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우리의 생명을 살리는 행위로서,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단식은 그 중요한 일을 포기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우리에게 먹고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단식한다는 것은, 그리고 더 일반적으로 절제한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음을 담대하게 증언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침통한 표정으로 단식하는 것은 정말 어울리지 않습니다.


간혹 사순시기가 조금은 부정적으로 생각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먹으면 안 되고, 잘못을 뉘우쳐야 하고, 보속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더 근본적인 사순의 의미는 이웃과 나누고, 하느님과 더 가까워지며,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기는 삶을 살라는 초대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보다 완전한 나로, 하느님께서 처음부터 계획하셨던 그 모습이 되어가라는 초대 말입니다. 그러니 1년에 딱 40일밖에 되지 않는 이 은총의 시기에 자선과 기도, 그리고 단식을 통해 그리스도를 더욱 닮아가고, 생명의 숨결을 우리 안에 더 깊이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생명의 숨결이 우리를 부활에 이르게 하고, 마침내 영원한 생명을 누리도록 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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