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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해주어라(이문수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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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1-08 20:56 조회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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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청년밥상 문간’에 한 청년이 찾아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저를 만나고 싶어 일부러 찾아왔다고 하기에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는 정신없이 일을 마쳤습니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쉬는 시간이었기에 청년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몹시 마르고 건강도 좋아 보이지 않던 청년은 자신의 성소에 대해 의논하고 싶어서 찾아왔노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청년의 성소는 바로 불교의 수도자인 승려가 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저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톨릭 사제나 수도자가 되려는 성소 고민이 아니라 불교의 스님이 되고자 하는 고민이었기 때문이죠.

그 청년은 고향인 밀양에서 출가하려고 9개월 전에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스님을 뵙긴 했지만, 빚이 있어서 출가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점은 가톨릭도 같습니다. 신학교나 수도원에 들어가려면 채무가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 부르심의 삶에 전념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에 빚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짐작과는 달리 감당하지 못할 만큼 큰 금액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정도였기에 빚만 없다면 바로 출가할 수 있냐고 물으니 지난 9개월 동안 노숙을 해서 지금 출가하더라도 그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없는 건강 상태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9개월 동안 일주일에 두어 번 일용직 일을 하면서 돈이 생기면 찜질방에서 자고 돈이 떨어지면 편의점이나 24시간 영업을 하는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쪽잠을 잤다고 하더군요. 저는 노숙을 하는 청년은 처음 만났기에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떻게든 그를 돕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청년이 저를 찾아온 이유는 어려운 처지의 자신을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출가하여 스님이 되겠다고 열아홉 살에 마음을 먹었는데 스물아홉 살이 된 지금 출가할 길이 막혀 앞이 보이지 않았고,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청년들을 위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저의 기사를 보고 마지막으로 묻고 싶어 찾아왔던 것입니다.

저는 포기하지 말라며 빚과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 식당에서 일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머물 숙소를 연결해 주고 노숙에서 벗어나 편히 쉴 수 있는 잠자리와 많지 않아도 빚을 갚을 수 있는 돈을 모으면 내년에는 출가할 수 있을 거라며 격려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이틀 만에 주방장님과 갈등을 빚으며 식당을 그만두었고, 한 달 후 숙소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도와달라기에 고향으로 내려가 다시 시작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더니 연락을 끊고 떠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 청년을 생각하며 그때 끝까지 돕고 지지해 주어야 했던 건 아닌지 자책합니다. 제가 그러면 자신을 끝까지 믿고 지지해 주길 바랐을 거란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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