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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밥상 "문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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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12-11 09:42 조회2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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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의 행복… 가난한 청춘 위한 신부님표 김치찌개

김승재 기자
 
입력 2018.12.11 03:01

정릉시장서 '청년식당 문간' 1년째 운영중인 이문수 신부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에는 1인분에 3000원짜리 김치찌개를 파는 식당이 있다. 싼값에 밥과 샐러드, 국물을 무제한 제공해 정릉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당으로 꼽힌다. 가톨릭 사제인 이문수(44) 신부가 '청년식당 문간'(이하 문간)이라는 간판을 걸고 장사를 시작한 지 지난 2일로 1년이 됐다. 40년 경력 요리사와 둘이서 가게를 꾸려가고 있는 이 신부는 하루도 빠짐없이 손수 손님을 맞이하고 설거지를 한다.

10일 낮 12시. 시장 상가 2층에 있는 60㎡(18평) 넓이의 김치찌개집 문간에는 20대 청년과 교복 차림 중학생,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 등 손님 20여명이 식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손님들은 앞치마를 두른 채 식탁을 닦고 김치찌개 냄비를 나르는 이 신부를 "아저씨"라고 부르며 주문을 넣었다. 식당 일을 할 때는 사제복을 입지 않는 이 신부를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으로 본 것이다. 이 신부는 "네, 손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고 웃으며 바쁘게 움직였다. 문간 주방장 김영진(59)씨는 "간혹 손님들이 신부님을 함부로 대할 때도 있는데, 인상을 찌푸린 모습은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했다.

이 신부는 가난한 청년들이 부담 없이 밥 먹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며 지난해 12월 정릉시장에 식당을 열었다. 지난 2015년 인천에서 만난 한 수녀로부터 고시원에서 굶어 죽은 청년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게 계기가 됐다. 이 신부는 "밥 한 끼가 절실한 청년들에게 따뜻한 집밥을 차려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2년여간 식당 창업을 준비했다. 홀로 창업 설명회를 다니고 '장사 잘하는 법' 같은 책을 사다 읽으며 식당 운영 요령을 익혀갔다. 성균관대 고분자공학과를 다니다 '신의 부름'을 받아 사제가 됐다는 이 신부는 이전까진 식당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루 평균 90명이 찾는 문간의 하루 매출은 30만원 수준이다. 인근에 있는 국민대·서경대 학생들이 주고객이다. 이 신부는 "순수입만으로는 월세(165만원)와 주방장 월급, 재료비 등을 감당하기 빠듯하지만, 청년을 돕겠다는 주변 이웃과 신자들이 쌀을 후원해주고 있어서 큰 보탬이 된다"고 했다. 매월 후원금도 200만원 정도씩 들어온다. 이 신부는 가게 옆에 청년들이 책을 읽거나 공부할 수 있도록 무료 북카페도 만들었다.

식당 개업 초기만 해도 이 신부는 주변 상인들의 눈총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 신부가 시세의 절반 가격으로 김치찌개를 팔아 손님을 뺏어 간다는 불만이 컸다. 식당 주인들이 가게로 찾아와 따지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문간을 응원하는 상인이 더 많아졌다. 문간 맞은편 만두 가게 주인 황기남(49)씨는 "문간이 생긴 뒤로 청년이 많이 찾아와 시장 분위기가 젊어졌다"며 "가끔 지갑 사정이 괜찮을 때 다른 식당에서 먹기도 하니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어떤 상인은 이 신부 대신 매주 두세 차례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가서 김치도 사다 준다.

문간 입구 벽면엔 손님들이 식당 개업 1주년을 축하하며 쓴 포스트잇 30여장이 붙어 있었다. '덕분에 통장 잔액이 얼마 없어도 밥 먹고 살아요' '싼 가격에 넉넉한 인심 정말 감사합니다' 같은 글이었다. 한 청년은 이날 식사를 마친 후 "고맙다"며 이 신부에게 비타민 음료를 건네고 갔다. 문간 단골인 대학원생 손인혜(26)씨는 "열 달 동안 여기서 밥 먹고 북카페에서 온종일 공부해도 신부님은 한 번도 잔소리하거나 오래 있는다고 눈치 주지 않았다"며 "부담 없이 왔다가 갈 수 있는 따뜻한 곳"이라고 했다.

문간은 가난한 청년들을 위해 만든 식당이지만 손님을 가려 받지 않기 때문에 중장년층이나 노년층도 온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어 보이는 청년들도 찾는다. 이 신부는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에게만 더 싼 값에 파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청년들의 자존심을 다치게 할 수 있다"며 "하루에 이곳을 찾는 손님 100명 중에 내가 돕길 원했던 청년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게 보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A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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