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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식당 문간 소식 (생활성서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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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4-29 14:17 조회2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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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성서 05월호]생명을 살리고 돌보는 청년식당 문간

2018. 4. 13. 10:46

[생활성서 2018년 05월] 더불어 사는 세상

생명을 살리고 돌보는 청년식당 문간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도 편히 찾아와 따뜻한 밥 한 끼 든든히 먹고 갈 수 있는 청년식당 문간으로 안내하는 글라렛 선교수도회 이문수 신부.

친구 집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고 있으면, 어느새인가 밥상을 차려 놓으시곤 “밥 먹고 가거라~” 하시는 친구 엄마의 푸근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린 나는 못 이기는 척 밥상 둘레에 앉아 그 집 식구가 되곤 했다. 친구 집에서 먹는 밥은 어찌 그리 맛있던지… ‘청년식당 문간’을 찾아가는 길, 어릴 적 따스했던 기억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재래시장의 정겨움이 물씬 풍기는 성북구 정릉시장. 야채와 과일, 생선 등 싱싱한 찬거리와 갖가지 소박한 상품들로 눈요기를 하며 시장 안쪽으로 들어서니 골목 끝자락 건물 2층에 ‘청년식당 문간’ 좀 특별한 간판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식당 앞 길가에 세워둔 입간판에 ‘김치찌개 3천원’이라고 크게 쓰인 글씨는 말을 거는 것만 같다. 부담 없이 들어와서 밥 한 끼 먹고 가라고! 괜스레 푸근해진 마음으로 좁은 계단을 올라 식당 문을 열자 “어서 오세요~!”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반긴다. 청년식당 문간 사장님인 글라렛 선교수도회 이문수 신부다. 앞치마가 잘 어울린다고 인사를 건네자 이 신부는 함박웃음을 보인다.  

열 개 남짓 테이블이 놓인 편안한 분위기의 식당이지만 창가 쪽 혼자 먹을 수 있는 자리들이나 산뜻한 조명 등에서 주 고객인 청년들의 감각을 배려했음이 엿보인다. 손님을 맞이하고 주문을 받고 김치찌개를 나르는 이 신부의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다. 넉 달째 접어드니 제법 익숙해졌다며 이 신부는 지난겨울 얘기로 말문을 연다. 

“겨울이 유난히 추웠잖아요. 수도가 꽁꽁 얼어 주방에 물이 나오지 않고 하수도가 막혀 화장실도 사용 못하고, 1월 한 달은 아침마다 물 끓여 녹이면서 간신히 장사했죠.” 파란만장했던 고생담을 들려주는데 이 신부 얼굴엔 기쁨이 가득하다. 사서 고생을 하면서도 즐거운 이유가 있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 고달픈 청년들이 부담 없이 찾아와 밥 한 끼 든든히 먹고 마음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당 이름도 청년들이 문간방처럼 편히 드나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문간’이라고 붙였다.  

청년식당이란 씨앗이 이 신부 마음에 떨어진 건 2015년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수녀님에게 고시원에서 굶주림으로 죽은 한 청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수녀님은 홀몸 어르신이나 노숙인을 위한 무료식당은 있는데 왜 가난한 청년들을 위한 밥집은 없냐며 안타까워하셨어요. 그러곤 저에게 한 번 생각해보라고 하셨어요.” 얼굴도 모르는 한 청년의 죽음이 깊은 충격을 주었고, 수녀님의 말씀도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 신부는 청년식당에 대한 의견을 수도 공동체와 나누었고, 직접 해보면 어떻겠냐는 권유에 덜컥 대답을 하고 말았다.  

그런데 얼마 전 새로운 사실을 알았단다. “고시원에서 죽어간 청년 이야기를 수녀님이 개인적으로 들으신 줄 알았는데 뉴스에서 보셨다는 거예요. 저도 그 뉴스는 봤거든요.” 매스컴을 통해 접할 땐 그저 안타까웠을 뿐 그러한 청년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못했다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면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수녀님도 제가 정말 식당을 차릴 줄 몰랐다며 놀라셨죠.” 말씀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사목을 하고 싶었다는 이 신부. 자신도 이런 일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이 또한 하느님의 오묘한 이끄심임을 느낀단다.  

식당이나 장사라곤 전혀 경험이 없던 이 신부는 여기저기 창업에 관한 강의를 들으러 다니고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러 쫓아다녔다. 그렇게 2년 가까이 준비한 끝에 지난해 12월 대학가 근처인 정릉시장에 자리를 잡고 식당 문을 열었다. 메뉴는 가장 대중적인 음식인 김치찌개로, 값은 3천 원으로 정했다.  

 
 
단돈 3천 원으로 부담없이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고 있는 청년들 모습.

“처음엔 무료식당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무료라고 하면 오히려 청년들이 오기 힘들 것 같았어요. 예민할 때잖아요. 대신 밥은 공짜이고 무한리필로 맘껏 먹을 수 있게 했어요.”  

아침 10시부터 밤 9시까지 문을 여는 문간은 많을 땐 하루 100명, 보통은 60-70명이 찾아온다. 손님은 청년과 일반인이 반반 정도 비율이고 그중 2/3가 단골이다. 요즘 이 신부는 손님들이 밥을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  

“공깃밥을 서너 그릇씩 진짜 편하게 양껏 먹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모습 보면 굉장히 기뻐요. 3천 원이면 여기선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오는 거잖아요.”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어른들 말씀이 이해가 된다고. 학교밖 청소년으로 짐작되는 아이들 몇몇도 단골인데 길 가다 마주치면 수줍어하면서도 인사를 건넨다며 흐뭇해한다.  

식당을 운영하고 손님들을 만나면서 어떻게 하면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을지 이 신부는 이런저런 궁리를 계속한다. 현재 있는 라면과 오뎅 사리에 햄 사리를 추가하고 포장판매도 고려하고 있다. “어떤 청년한테 들었는데 1인분 포장을 해가면 동생이랑 먹거나 두 끼로 나눠먹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한 끼 3천 원짜리 밥도 선뜻 먹을 수 없는 처지의 청년들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청년이라면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공유공간으로 꾸민 북카페.

이 신부는 식당에서 통로를 지나 연결된 공간에 북카페를 마련했다. “청년식당을 준비하며 알게 된 게 청년들에겐 공간이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공부도 하고 편히 쉬며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요. 그런 것이 다 충족될 수 있는 공간을 공유공간이라고 하더라구요.” 북카페는 밥을 먹지 않아도 청년이면 누구라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  

청년들에게 관심을 갖고 마음을 기울이다보니 이 신부에겐 또 다른 꿈이 생겼다. “청년들의 주거 문제가 심각해요.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집을 빌려주는 쉐어하우스 사업도 생각하고 있어요. 급전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무담보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소액대출은행도 해보고 싶고요.” 아직은 식당이 적자 운영이지만 수익이 늘면 꼭 실현해보겠노라 포부를 밝힌다.  

주방장 한 분을 채용하고 이 신부 혼자 시작했지만 도움의 손길들이 하나둘 늘어간다. 여러 수도회 수녀님과 수사님이 일손을 보태고 그때그때마다 필요한 것들이 채워진다. 식당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오묘한 섭리로 이끌어주심을 체험했던 이 신부는 하느님께서 이 일을 원하심을 점점 더 깊이 느낀다. 그래서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이어지는 노동에 몸은 고단할지라도 마음은 즐겁다. 그리고 모든 일에 기도를 담는다. 시장을 보고 테이블을 닦고 청소를 할 때에도 어려운 청년들을 보내주시라고 기도하며 그들을 기다린다.

“청년들에겐 이 식당이 잠깐 지나가는 곳이겠지만 조금이라고 위로가 된다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계기가 된다면 큰 보람일 것 같아요.” 그리고 청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세상에 나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힘들면 손을 내밀라고, 손만 내밀면 그 손 잡아줄 누군가 꼭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밥 먹고 가거라~” 듣기만 해도 배가 부른 듯 마음에 포만감을 주던 말. 아마도 이 말 속엔 생명을 살리고 돌보는 사랑의 기운이 꽉 차 있었기 때문이리라.  
문간을 찾은 청년들도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 속에 담긴 푸짐한 사랑을 먹고 힘과 용기 얻길, 문간이 청년들로 북적북적 생기 넘치길 기도하며 나서는 길, 문득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주님께서 주신 새 생명을 누리는 부활시기, 우리 각자에게도 생명을 살리고 돌보라는 사명을 맡기셨음을 기억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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